경험으로 자존감 높이기

경험으로 자존감 높이기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 마음극장

주혜주 교수
2015년 04월 16일(목) 13:54
▲ / 이경남 차장 knlee@pckworld.com

정신과 환자들 중에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문제가 될 정도로 낮은 경우가 많다. 환자들의 증상도 낮은 자존감과 자신감 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환자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여 강화해줌으로써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감을 높여주는 데는 다른 사람의 인정만한 것이 없다. 그러려면 환자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어 여러 사람의 인정과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어야 한다. 중년의 여자 환자가 입원했을 경우 평소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하는 요리실습을 더 자주 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요리도구가 보잘것없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지만 가능한 일반 가정에서의 요리처럼 시행하려 노력한다. 일종의 생활요법인 셈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정신과 치료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약물치료다. 약은 망상이나 환청, 난폭한 행동과 같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낮은 자존감과 부족한 자신감을 높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번거롭고 게다가 위험이 도사리는 데도 불구하고 굳이 병동에서 요리실습을 하는 이유는 바로 환자들의 한없이 낮아져 있는 자신감을 회복하는데 요리실습을 비롯한 각종 치료 활동들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여러 사람 앞에서 드러내 보이고 인정과 칭찬을 받음으로써 성취감을 맛보면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감이 조금씩 올라온다. 약이 못하는 일을 요리실습이 해내는 것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는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 즉 자존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자존감(self-esteem)이란 용어는 미국의 의사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자신이 그 자체로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며, 어떤 성과를 이뤄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존감은 객관적인 판단이 아닌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기에 놀랍게도 남들이 그토록 목매고 들어가려는 소위 일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자존감 수치가 중위권 대학의 학생들보다 높지 않다는 결과가 있다. 또 누가 봐도 빼어난 외모를 지녔는데도 이목구비가 민주적으로 생긴 나머지 쳐다보기가 민망한 사람보다 오히려 자존감이 낮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존감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아존중감은 학업 성적과 업무 수행 능력, 리더십, 위기 극복 능력, 대인관계 등 삶의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주관적으로는 행복감을 많이 느끼고 더 나아가 대인관계도 잘한다. 이렇듯 잘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자존감과 자신감은 어린 시절에 기틀이 만들어지지만 이후의 삶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변화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작은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여 그 일을 이뤄내는 성공과 성취를 자주 경험함으로써 자존감과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게 어떨까.

주혜주 교수/경인여자대학교 정신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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