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너도 살게 해 줄게'

'내가 살고 너도 살게 해 줄게'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5년 04월 10일(금) 09:16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내가 살던 남부 독일에서는 "내가 살고 너도 살게 해 줄게(Leben und leben lassen)"라는 말을 종종 쓴다. 내가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너도 같이 살게 해 줘서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로 쓰인다. 내 경험으로 보았을 때 그곳 사람들은 지나친 가격 협상은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흥정이 됐다 싶으면 적당한 가격에서 협상을 마무리한다. 내가 충분한 이익을 봤으니 너도 먹을 것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갑이 되면 을의 몫을 남김없이 빨아들여야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러한 관행은 남부 독일 사람들의 국민성이 북부에 비해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날씨 좋은 여름날이면 대낮부터 햇볕에 나와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즐긴다. 그렇다고 가난하지는 않다. 지멘스, 벤츠, 아우디, BMW, 알리안츠 등 수많은 세계 굴지의 기업 본사가 자리 잡은 독일 남부는 유럽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에 속한다. 내가 열심히 일해 잘살게 되었고 너도 잘살게 해 주었다면 사람들의 마음마저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중세 프랑스의 왕 루이14세는 국가를 부강하게 하기 위해 '중상주의'라 부르는 경제 정책을 폈다.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늘려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한편 원료를 구하고 국내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했다. 당시의 정책 목표는 수출은 많이 하고 수입은 적게 해서 무역수지에서 많은 흑자를 내고, 그것을 비축해 부자 나라가 되는 것이었다. 얼핏 듣기에는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 시켜서 국민들을 잘살게 해줄 것 같이 보인다. 문제는 모든 나라가 이런 이기적인 정책을 추진할 경우 서로 갈등만을 유발하게 되어 지속적인 거래가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프랑스와 무역을 하던 나라들은 중상주의 정책을 좋게 보지않았다.

1667년 프랑스가 네덜란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세배나 올리자 네덜란드는 프랑스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약이 오른 프랑스는 네덜란드에 수입을 강제하기 위해 군대를 보냈지만, 네덜란드가 둑을 열어 쳐들어오는 길을 막자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중상주의 정책은 바로 눈앞의 이익밖에 보지 못하는 정책이었다. 무역을 통해 서로 이익을 나누면 같이 잘 살 수 있는데 내 이익만을 추구하니 주변국들과의 갈등을 초래했다. 국민들도 외화는 넘쳐나는데 국내에서 생산된 물품만 소비해야 했으니 경제적으로 행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신앙인에게 있어서 경제활동의 기본은 나와 거래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다. 나만 생각하여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으로 행동한다면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사실은 네가 잘살아야 나도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