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라는 거울

타인이라는 거울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 마음극장<13>

주혜주 교수
2015년 04월 08일(수) 16:58

 

   
▲ /이경남 차장 knlee@pckworld.com

요즘은 높은 빌딩들이 많아 엘리베이터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엘리베이터 안에는 거울을 부착되어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느라 지루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사람들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즐기는 것은 오늘날의 현상만은 아닌 듯싶다. 나르키소스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사랑하게 된 나머지 연못에 몸을 던졌다는 그리스 신화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옛날 사람들도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 보기를 즐겼던 것 같다.
 
인간이 신체와 그 신체에 대하여 갖는 이미지인 신체상(Body image)은 자기(Self)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가장 유용한 것이 바로 거울이다. 거울만큼 자신의 존재를 비춰주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타인'이라는 거울이다. 거울을 통해 신체적 자기를 비춰본다면, 타인을 통해서는 심리적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먼저 거울의 기능을 해주는 타인은 부모다.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자아상을 형성해간다. 만약 양육자가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사람(good me)이라고 인식한다. 반대로 짜증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양육자를 보면서 아이는 자신을 나쁜 사람(bad me)으로 여기게 된다. 문제는 이때 형성된 자아상은 이후 살아가는 데 두고두고 영향을 미치며 변화의 기회를 갖지 않는 한 후대에게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는 좋은 거울이 되어줄 양육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아상 형성에 영향을 주는 타인이라는 거울은 아이의 생활 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부모에서 유치원 또는 학교 선생님, 친구들로 점점 더 확대된다. 이처럼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기의 모습을 형성해 가는 사회적인 자기를 사회학자인 쿨리(Charles Horton Cooley)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Looking-glass Self)'라고 했다.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재미일 수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와는 달리, 실제 삶에서는 시선을 돌려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모든 것이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화려함을 마음껏 자랑하다 머뭇거리지 않고 지는 꽃을 보며, 움켜쥐고 아등바등하고 있지 않은가 살펴본다. 꽃이 거울이다. 머뭇거림 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여전히 지난날에 발목 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강물이 거울이다. 닮고 싶은 어머니의 모습에서,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에게서 내 모습을 본다. 어머니와 친구가 나의 거울이다.
 
이처럼 세상 모든 만물이 거울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거울이다. 나 또한 모든 이들의 거울이다.

주혜주교수/경인여자대학교 정신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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