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나서 미치겠다

화가나서 미치겠다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3월 02일(월) 18:27

지난 주 아이와 함께 유아예배를 드리고 나오다가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 엄마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아이 손바닥을 보여주었다.

아이 오른쪽 손바닥에 어딘가 날카로운 곳에 찔린 듯한 자국이 세군데나 있었다. 안그래도 얼마 전 경기도 모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들의 팔다리를 바늘로 찔렀다는 '바늘학대'가 보도된 상황에서 이 엄마는 혹시나 자신의 아들이 학대를 당했을까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난 1월 인천 어린이집 교사 폭행사건을 계기로 성난 부모들은 아이를 믿고 맡겨야 하는 교육기관과 교사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다. 다행히 가정양육이 가능하다면 이 흉흉한 세상에서 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되겠지만 맞벌이가 불가피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는 부모들은 '내 아이만은 아니길' 하는 간절함으로 아이 등을 떠밀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어린이집 보육상태를 비단 보육교사의 자질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가볍지가 않다. 월 140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으면서 10시간 넘게 근무하는 보육교사에게 좋은 보육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정부는 부모와 교사의 신뢰 형성을 위해 CCTV설치 의무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당장의 여론 무마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한국여성단체연합회와 시민단체, 학부모들은 "화가나서 미치겠다"면서 거리로 나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부모참여 확대 △ 보육교사 처우개선 및 신분보장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분명 '아이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좋은 세상이 오기는 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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