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ㆍ결혼식 '간소하게'

장례식ㆍ결혼식 '간소하게'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이경욱 목사
2015년 02월 09일(월) 19:53

작년에도 많은 장례식이 있었다. 그 중 특별히 생각나는 장례식이 있다. 장례기간이 좀 짧아 물었더니 사흘 간 치르는 '사흘 장'이 아니고 '이틀 장'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짧으냐고 물었더니 시신은 병원에 기증하고 장례식은 간소하게 마치기 위함이라고 전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번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식으로 장례식을 하였다. 몇 년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허례허식이 많다. 세상 사람들은 장례식과 결혼식을 성대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교회에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다. "목사님! 제가 죽으면 목사님만 오셔서 집례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음주에 주보에 내면 됩니다. 교인들은 안 오셔도 됩니다." 그 마음은 단순하고 간소한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정신을 본받아야 하겠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수많은 장례식과 결혼식이 있다. 슬픔을 함께하고 기쁨을 함께한다는 마음도 귀중하지만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신학대학 총장을 지낸 목사님께서 부친상을 당하셨다. 그래서 친한 목사님들과 찾아 뵈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간소하고 소박하게 장례식을 갖는 것을 보았다. 학문으로만 선생님이 아니라 삶으로 제자들에게 가르치시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모습이야 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앙적 삶을 대 잇기 하는 것이다.

며칠 전, 존경하는 선배 목사님을 만났다. 이 선배 목사님은 얼마 전에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그런데 당회를 하면서 "제 아들이 결혼을 합니다. 장소만 허락해 주십시오. 날짜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교인들 모르게 친척들만 모여서 결혼식을 했다고 한다. 소박한 결혼식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마음 속에는 장례식이나 결혼식을 근사하게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욕망은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욕망은 크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반면에 믿음은 작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믿음은 소박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우리는 포장하고 크게 하는 행사가 헛된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좇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과도한 장례식, 결혼식 참여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장례식을 얼마나 크게 하느냐가 아니라 천국에 가는 것이 중요하고, 결혼해서 잘 사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허례허식을 관두지 못하고 있다. 아직 세상의 헛된 것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간소한  장례식,  간소한 결혼식이 한국교회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

이경욱 목사  / 서소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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