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교회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교회

[ 주필칼럼 ] 주필칼럼

이홍정 목사
2015년 01월 29일(목) 15:07

 
2015년은 미완의 해방 70년을 맞는 해이다. 지난 70년 동안 우리 민족은 분단체제의 사슬에 묶인 채 냉전과 분단이 가져온 총체적 소외현상을 사회 심층적으로 내재화해 왔다. 민족공동체의 생명을 절망과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회학적 '원죄'와도 같은 분단의 극복 없이,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미완의 해방이다. 분단 극복은 민족공동체의 온전하고 총체적인 생명성의 회복, 즉 샬롬을 성취하기 위한 필수과제로, 민족공동체를 그리스도 안에서 치유되고 화해된 생명공동체로 변화시키기 위한 정의와 평화의 순례의 과정을 요청한다. 분단이라는 악의 구조 한복판에서 솟아나는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의 희망은 이것이 하나님의 선교사건이요,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하나님의 구원행동임을 지시하고 있다. 민족복음화와 민족평화통일의 과제는 동전의 양면으로 상호불가분리의 관계성 속에서 서로를 완성해 간다.
 
분단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깊은 연관성 속에서 성장해온 남한의 교회가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하나님의 선교과제로 수행하려고 할 때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교회 안에 깊이 내재된 냉전의식이다. 반공신학의 기조 위에서 북한선교를 이해하는 교회들은 북한체제의 전복을 전제로 한 북한교회의 회복과 재건을 선교의 목표로 세우고 있고, 평화신학에 기초하여 북한선교를 이해하는 교회들은 남북 간에 형성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므로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을 선교의 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전자는 후자를 '종북세력'으로, 후자는 전자를 한반도에 전쟁을 야기하는 극우분열세력으로 폄훼한다.
 
이러한 냉전적 상황에 대한 응답으로 2004년 제89회 총회에서 우리 교단은 <본 교단 총회 북한선교의 입장과 통일선교정책> 문서를 채택하였다. 이 문서를 통해 교단은 평화의 왕 예수 그리스도께서 평화의 복음에 기초한 사랑과 용서로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한반도에서 분단구조를 해체하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룩하라는 소명으로 인식하였다. 교단은 평화의 사도인 그리스도인들이 용서와 화해의 정신으로 살지 못하고, 이념과 정치를 앞세워 냉전논리에 편승하며 민족의 분단과 고통을 외면한 채 지역 간, 계층 간 갈등 속에서 화해하지 못했음을 고백하였다. 교단이 특정 이데올로기에 의한 통일을 외치고 경쟁적 대결논리로 대립하고 침묵하며 분단을 고착시킨 죄를 고백한 것은, 민족복음화와 민족공동체의 평화통일을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라 용서와 화해의 복음을 실천하는 신앙의 과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교단은 동북아시아의 안녕과 질서를 바탕으로 남북교회의 교류협력 활성화, 냉전적 정치이데올로기로 인한 갈등 해소,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 지원, 사회 문화적 교류 지원을 통한 사회 심리적 통합 증진, 군사교류협력을 통한 남북 간 긴장 완화 등을 통해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을 촉구하였다. 교단은 남북 간 상호불가침조약 체결과 제반분야의 교류협력에 협력할 것과 6.15 공동선언의 구체적 이행, 이산가족들의 지속적 서신교환 및 정례적 만남을 위한 협력, 북한이탈주민들의 생명유지와 안전을 위한 지원활동을 약속하였다. 교단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대표성을 인정하고 동역하면서, 북한교회가 교파주의로 분열되지 않은 복음적 단일교회로, 평양신학교가 초교파적 일치를 추구하는 신학교로 발전하도록 협력하며, 교회학교의 육성과 가정예배처소의 확장에 힘쓰며, 북한성도들의 신앙생활의 편의제공을 위해 협력하는 동시에, 북한교회가 양성평등이 존중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였다. 교단은 세계교회 에큐메니칼운동과 적극 협력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남북대립관계를 사랑과 용서, 협력과 화해 관계로 전환하고, 남북군사대결을 지양하고, 군비상호감축과 평화체제구축 및 불가침조약체결을 지원하며, 핵무기와 핵연료로 인한 환경파괴와 대량학살위험을 저지하기 위해 생명평화공동체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지난 1월 19일, 미완의 해방 70년의 시공, 그 분단의 질곡을 온 삶으로 극복하며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 가신 '화해의 사도' 고 이승만 목사님의 추모예배를 드렸다.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책임 있는 주체로 다시 서야한다는 결단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미래세대를 향한 무책임한 분단의 대물림은 한민족과 교회의 의미 있는 지속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저해한다. 냉전과 분단을 넘어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 제89회 총회의 결의가 본격적으로 실천되고, 거기에 걸맞게 한국교회의 근본적 내부개혁이 함께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이홍정 목사/총회 사무총장ㆍ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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