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어디로

한국교회, 어디로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12월 30일(화) 15:43

한 기독교 단체가 영화 '쿼바디스' 상영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멀티플렉스 업체에 보내왔다. '반교회적이고 반기독교적 다큐 영화의 상영을 중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내 집안 수치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고 들춰낼수록 부끄럽고 민망하다. 사실 감독이 꼬집은 한국교회의 실태는 이미 여러번 언론에 노출됐고 비난받아 온 것들이다.

3천억원이 넘는 규모의 사랑의 교회 건축 논란부터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배임,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을 비롯해 교회와 권력과의 결탁, 무분별한 대형교회 건축으로 맞은 부도 사태 등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왔고, 한국교회가 지탄받을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되고 있다. 영화는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선전하고 있다. 이는 감독의 말에 '공감'이 되고 '동의'가 된다는 의미다.

기독교는 영화가 '제살까먹기'라고 비아냥대고 안티 기독교를 양산해내는 도구가 된다고 비난하지만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카메라보다 더 차갑고 냉정하다는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미 '상식이 기적이 되고 몰상식이 상식이 된 한국교회'의 현실을 외면한채 자정능력까지 상실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참담함까지 든다. 감독은 '교회는 그리스로 가서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가서 제도가 되었다. 유럽으로 옮겨가서 문화가 되었고 미국으로 가서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에 왔을 때 대기업이 되었다'는 대사를 통해 교회의 교회됨을 상실한 한국교회를 설명한다.

올 한해도 끝이 보인다. 한국교회의 끝이 오기 전에 교회는 침묵을 거두고 곪고 썩어진 부위에 과감하게 칼을 드는 용기를 내야한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