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향하는 무의식

집으로 향하는 무의식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 마음극장

주혜주 교수
2014년 12월 09일(화) 15:51

 
우리가 살면서 여간해서는 가보기 힘든 곳이 있다. 바로 정신과 병동이다. 정신과에서 일하는 치료진이나 병동을 잠시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따금 농담 삼아 "이런 곳에서 일주일만 푹 쉬어봤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원하여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문이 잠긴 병동에서 꼼짝없이 지내야 하는 환자들로서는 당연히 바깥생활이 그립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신체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경우 본인들이 나서서 치료를 원하고 입원하는 것과 달리, 정신과 환자들은 본인에게 병이 없다고 생각하여 치료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당연히 입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호시탐탐 병동에서 벗어나려 한다.
 
호텔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쾌적한 환경에서 미모의 간호사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간호를 제공하고, 오락 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들이 시행되고 있어 '병원이 집보다 훨씬 지내기가 좋을 텐데'라는 필자의 생각과 달리 기회만 되면 집으로 달려가는 환자들을 보면 오디세우스(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게 해주고 세상 모든 권력을 주겠다는 칼립소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아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그리스 신화의 영웅)가 생각난다. 바로 회귀본능이다. 본래의 서식처나 집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현상을 '회귀본능' 또는 '귀소본능'이라고 한다. 감옥에서 지내본 사람들은 하루 중 해질녘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집 생각이 가장 많이 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낮 시간에 부모와 떨어져서 잘 놀던 아이들이 어둑어둑해지면 칭얼대면서 엄마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 이경남 차장/knlee@pckworld.com
환자들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병동에서 나가려 한 것도 결국은 가족과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일종의 회귀본능 때문이었다. 게다가 병원은 스스로 선택해서 온 곳이 아니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절절했을 것이다.
 
환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간호사로서는 병동을 나가려는 환자들 때문에 여간 힘든 게 아니었지만, 집으로 가고 싶어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회귀본능이 느껴져 마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회귀본능은 아픈 사람이든 건강한 사람이든 모든 사람의 마음에 새겨져 있는 원초적 본능인 '그리움'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리스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집으로 가고 싶어 하는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환자, 아니 우리 모두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저는 날마다 바라며 그리워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귀향의 날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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