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바로 '우리들'이다

'그들'이 바로 '우리들'이다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 마음극장

주혜주 교수 joohj@kic.ac.kr
2014년 12월 03일(수) 14:44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미국의 영화배우 잭 니콜슨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주면서 일약 톱스타로 부상시켰다. 영화 제목 속의 뻐꾸기 둥지란 정신과병동을 지칭한다. 영화를 보다가 불쑥 16년 간 내 청춘을 아낌없이 불살랐던 우리의 '뻐꾸기 둥지'에 대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정신과 폐쇄병동이란 곳은 세인들로선 좀처럼 들어가 보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2년짜리 재형저축도 너무 길다며 단칼에 제꼈던 내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간호사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은 꺼리는 정신과 병동이 전혀 무섭지 않았고, 환자들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요즘 정신건강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책이나 매스컴 등을 통해 심심찮게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정신질환에 대해 편견과 낙인은 여전히 심각하며, 그 결과 정신질환자와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겪어야 할 소외감과 어려움의 무게 또한 예전보다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 이경남 차장/knlee@pckworld.com
 
나에게는 하루일과 시작 전에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이 거를 수 없는 중요한 의례이다. 이처럼 욕구 충족 또는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대상에게 의지하는 상태를 의존 Dependency이라 한다. 알코올 의존증, 마약 의존증과 같은 특정 물질에 의존하는 의존증이 있는가 하면 특정 행동이나 조건에 매달리는 인터넷 의존증, 학원 의존증 등 종류가 무수히 많다.
 
요즘은 인터넷 특히 스마트폰 의존증이 대세다. 심지어 모성 의존증 엄마들, 아내 의존증을 가진 남자 어르신도 수두룩하다.  사실 정신과병동에 있는 환자들에게만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다. '치료가 필요한' 더 많은 정상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신상태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동시에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에 대해 독일 정신과의사인 만프레드 뤼츠는 "정상과 비정상의 절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정신과에서 진단을 내리는 목적은 무엇일까? 한 개인을 좀 더 잘 이해하고, 그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데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마음 극장'에 초대받은 우리 모두는 정신과병동이라는 곳이 우리네 삶의 터전과 전혀 다른 별개의 세상이 아니며, 동시에 '그들'이 바로 '우리들'임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한 우리들로 인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조금이라도 해소되고, 도움 청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이들이 선뜻 용기를 내는데 일조하는 '마음 극장'으로의 초대이기를 바란다. 
 
주혜주 교수/경인여자대학교 간호과 정신간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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