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행보와 복음

교황의 행보와 복음

[ 기고 ] 함께생각하며

박상기 목사
2014년 08월 27일(수) 14:23

종교와 이념, 사상과 국경을 초월하여 최근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로마 가톨릭의 교황이다. 교황의 말 한마디와 가르침은 심지어 성경의 권위와 버금갈 만큼의 절대적 권위를 지녔다. 10억 가톨릭의 수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우러러보고 그가 머무는 자리, 그의 어록 한마디 한마디는 언제나 뉴스메이커가 된다.

그가 우리나라를 아시아에서 최초로 방문했다. 최근 일어난 크고 작은 사고들의 후속조치가 교황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그 향방이 달려있다는 풍문이 돌면서 세인들은 그의 입과 행보를 주목했을 정도다.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 한편 부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좀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흡사 과거 무소유를 주창했던 법정스님이 세상을 떴을 때와 비슷한 현상과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세상의 기대가 무엇인지 수면위로 드러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매스컴은 연일 교황이 가지고 있는 신앙보다 그의 상징성과 낮은 곳으로의 행보를 헤드라인으로 클로즈업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톨릭의 신앙이며 나아가 모든 종교인들이 지녀야 할 절대적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종교를 떠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같은 모습이 종교가 추구하는 최고의 덕목인 것처럼 무비판적으로 매스컴에 세뇌되고 있으며 보도만으로 깊은 경의와 호감을 보이고 가톨릭 신앙에 대한 공개적인 찬사를 보냈다.
 
과연 교황의 그 같은 행보가 기독교 신앙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하여 조심스런 질문을 던져보고 기독교 신앙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성경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종교를 윤리적 기능만을 가지고 보면 박애와 평화 그리고 현실의 문제를 풀어내는 신앙적 발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독교 또한 그 같은 일반적인 종교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교리적인 접근을 통해서 보면 기독교는 하나님과의 원초적이 관계를 통하여 인간됨의 가치와 모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일반적인 종교의 개념과 근본적인 정체성적 구별이 확실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교황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생애를 통해서 보여주셨던 삶을 통하여 낮은 행보를 보이고 소외된 자들을 어루만져 눈물을 닦아주는 등 커다란 감동이 되고는 있지만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의 대속을 통하여 완성하신 구원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와 복음에로의 초청이 쏙 빠져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수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죄로 인해 깨진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죄로 인한 인간의 모든 소외와 갈등을 해결하는데 있음을 성경은 증거 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오직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십자가의 공로로만 하나님과의 소외를 극복할 수 있으며 바로 그 때 참된 평화와 영생이 주어지게 된다는 믿음은 성경을 관통하는 중요한 신앙고백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의 회복된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성경적 관점이다.
 
따라서 신앙인의 도덕적, 윤리적인 높은 가치와 인간관계 속에서 나타내야 할 선한 덕목들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의 건강한 관계가 회복된 사람들의 삶속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열매인 것이다. 그러니까 행위보다 믿음이 우선이며 행위는 믿음의 열매라는 말이다.이 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교황의 드러난 선행에만 열광할 것이 아니라 그 같은 행동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신앙과 고백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 개신교가 세상과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종종 있다. 이는 사회적 부조리와 불의, 그리고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무관심이 그 주된 이유다. 또한 일부 상징성이 있는 영적 지도자들의 부정과 부패 그리고 몇몇 대형교회의 세속적인 행태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올려지고 있다. 그 같은 세상의 비판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사회 도처에서 이름 없이 자신을 태우고 녹여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며 어둠을 밝히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점수가 지나치게 인색한 것 같아서 섭섭한 마음도 없지 않다. 신앙은 생활과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삶이 뒤따르지 않는 신앙은 그 자체로 죽은 신앙에 불과하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며 전도에 열을 올리는 것 보다 삶을 통하여 드러난 순수한 믿음으로 세상에 감동을 주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교황 방한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박상기 목사/빛내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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