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교회 (3)기본을 지키자

세월호와 교회 (3)기본을 지키자

[ 특집 ]

정성진 목사
2014년 06월 17일(화) 11:21

"한국교회도 개조가 필요하다"

정성진 목사
거룩한빛광성교회

이번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촉발시켰다. 지식인들은 이번 참사 이전과 이후의 한국사회가 분명하게 구분될 것이라고 말한다. 분명히 이 날은 부끄러운 역사의 분수령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은 '적폐(積弊)'를 청산하고 '국가개조(改造)' 수준의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세월호 사건' 이면에 감춰진 황금만능주의, 성장지상주의 등 여러 사회적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이런 사회의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단 말인가? 한국교회 안에 청산해야할 '적폐'는 과연 없는가? 한국 교회는 '개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가? 필자는 이 질문 앞에서 정말로 자신이 없다.

지금 한국교회는 교회가 5만개나 되고, 목사는 10만 명이 넘으며, 교인 수도 천만 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썩어서 냄새가 난다고 탄식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일제(日帝)시대, 비록 극소수에 불과하였으나 민족의 독립과 해방에 가장 앞장섰던 기독교인의 강력한 영적 힘과 사회적 지도력은 모두 어디로 증발해 버린 걸까?

'적폐(積弊)'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오랫 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한다. 필자는 우리 한국교회의 문제 90% 이상이 지도자들의 책임에 있다고 본다. 필자를 비롯한 수천, 수만의 교회지도자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하고 살아가지 못했으니, 그 교화(敎化)가 교인들에게 미치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지도자들이 먼저 애통하며 회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라고 하는 적폐 중의 적폐를 청산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교회에 희망이 없다. '천민자본주의'란 저명한 독일의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1864~1920)가 중세 후기의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자본주의를 표현한 용어이다.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통하여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리대금업과 같은 비정상적이고 변칙적인 자본의 운영을 이윤 추구의 기본적인 형태로 삼는 태도를 말한다.

그런데 한국교회 역시 비정상적인 관행과 적폐에 깊이 함몰되어 있다. 아직까지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하고 희생적인 삶을 사는 교인과 지도자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교회에서 파생되어 확산되고 있는 이 무서운 적폐는 한국 교회를 온통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우선 백화점이나 기업, 은행처럼 지점을 거느리거나 지(枝)교회를 만드는 폐단이 아직도 일소되지 않고 있다. 교회가 자본주의의 경영방식을 본받아 지교회를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봐야 할 문제다. 대형마트가 지역상권을 침투해가듯이, 막강한 자본력과 시스템을 갖춘 대형교회의 지교회는 부지불식간에 작은 교회의 씨를 말린다. 이는 한국교회의 뿌리가 될 작은교회가 성장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독과 같다.

둘째, 자녀에게 담임목사직을 대물림하는 폐단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교인들의 절대지지 속에 이루어지는 승계일지라도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서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교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들이나, 사위, 심지어 남편이 죽으니까 아내가 목사가 되어 물려받는 경우까지 등장하니, 이쯤 되면 교회가 기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셋째, 교회지도자들이 신부나 승려에 못지않은 '무소유(無所有)' 운동을 펼쳐야 한다. 목사들은 가정이 있기 때문에 신부나 승려보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재산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회지도자들은 교회 재정에 일체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 주는대로 받고 가난을 벗 삼아야 한다. 회계나 세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목사는 오직 기도와 말씀에 전무해야 한다.(행6:4) 그래야 타락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넷째, 목회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섬기려 하기보다는 대접받으려 하고, 낮아지려 하기보다는 높아지려고 하는 반 기독교적이고 반성경적인 행태가 사라져야 한다. 목사들이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이 유행이 되어 버렸고, 노회 임원 자리 하나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있는가 하면, 총회장 선거를 위해 몇 억을 쓴다는 얘기는 이제 공공연한 사실로 회자(膾炙)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결코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다.

다섯째, 한국교회의 위기는 교회가 지역사회와 유리되어 있다는 데 있다. 일찍이 백범 김구는 "경찰서 100개 보다 교회가 1개 있는 것이 더 낫다"는 유명한 말을 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지역 사회에 병원이나 약국, 학교, 슈퍼, 하다못해 담배 가게가 입주해도 조용한데, 교회가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모든 교회는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 주민들의 구체적인 필요에 민감해야 한다. 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여섯째, 목사와 장로의 임기제를 실천해야 한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 한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부패한 본성이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모든 권력은 적절한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가 담임하는 교회는 2000년 6월 16일, 6년 단위로 목사의 신임투표제와 장로의 임기제를 도입해 지금까지 시행해 오고 있다. 목사 혹은 장로가 탈선(脫線)하여 제대로 직무 수행을 할 수 없을 때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일곱째, 교회 직분자 선출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교회에서 항존직을 임명할 때 과도한 헌금을 강요하여 부담스러워하는 성도들을 한두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돈 없는 사람은 장로도 될 수 없다", "돈 없으면 교회에 다니기도 힘들다"는 말이, 부끄럽지만 하나의 정설로 되어 버렸다. 성경대로 직분대상자 선정의 기준을 높이고, 투표에서 임직에 이르는 전 과정이 투명해야 건강한 교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의법에 따른 온전한 회의진행의 문화가 필요하다. 많은 교회들이 제직회나 공동 의회를 형식적으로 진행하곤 한다. 사실 소통(疏通)의 부재는 교회 안에서도 심각하다. 회의를 잘 진행하면 "교회가 평안하여 든든히 서 가고 주를 경외함과 성령의 위로로 진행하여 수가 더욱 많아지니라"(행9:31)고 말씀하신 대로 교회가 평안하고 성장하게 될 것이다. 민주적 회의 방법을 연구하고 정착시켜서 '상식이 통하는 교회'들로 거듭나야 한다.

개혁을 말하기는 쉬어도 실천하기란 정말로 힘들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개혁을 외치지 않은 대통령이 없었으나, 제대로 성공한 사례는 이제껏 없었다고 생각한다. 나라의 개혁이 실패한 까닭은 자신의 몸을 담을 관(棺)을 메고 나갈 각오로 개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주기철 목사님처럼,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정신으로 개혁을 결단하고 실천할 때 한국교회는 비로소 정상화되어 세상을 살리고 민족을 치유하는 교회로서의 위상을 되찾게 될 것이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