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본회퍼 ② 행동 속에 있는 자유

디트리히 본회퍼 ② 행동 속에 있는 자유

[ 목회·신학 ] 현대신학 산책 < 13 >

박만 교수
2014년 05월 26일(월) 16:57

핑겔발데신학교를 이끌던 시절의 본회퍼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직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사람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동체 생활이 있어야 한다고 믿어서 학생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했고 그것을 '형제의 집'이라 불렀다. 여기에서 그는 함께 살고, 함께 기도하며, 함께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서로 죄를 고백하며, 또한 함께 노동하고, 함께 음악을 듣는 삶을 시도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현대의 영성신학의 고전이 된 '신도의 공동생활'과 '나를 따르라'를 썼다. 이 책들은 일종의 성경 묵상집으로서 예수를 믿는 사람이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쉬운 말로 기록한 것들이다. '신도의 공동생활'에는 '공동체' '함께 있는 날' '홀로 있는 날' '섬김' '고해와 성만찬'이란 제목 아래 묵상의 글과 시편에 대한 묵상을 수록되어 있고'나를 따르라'에는 '값비싼 은혜' '제자직으로의 부름' '단순한 순종' '제자직과 십자가' '제자직과 개인' '산상 수훈'이란 제목 아래 철저히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이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핑겔발데신학교와 형제의 집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1937년 나치 독일은 이 학교를 폐쇄하였고, 교장이던 본회퍼를 추방하였다. 이때부터 본회퍼는 죽을 때까지 안정된 거처를 갖지 못하고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나치 독일이 이미 그를 요주의 인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동원하여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교회 지도자들에게 히틀러의 진상을 알리고, 또 독일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런 활동 중에 미국 뉴욕에 있는 유니온신학교가 그를 초청하여 그는 잠시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미국에 있던 그의 친구인 폴 레만은 본회퍼의 미국 일정을 다 잡아 놓고 전쟁이 끝나고 나치 독일이 패망할 때까지 미국에 머물러서 강의와 연구를 할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본회퍼는 미국에 도착한 직후 자기가 잘못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당시의 정황을 그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나는 유니온신학교의 학장인 코핀 박사의 집 정원에 앉아서 나의 상황과 민족의 상황을 생각하고 기도할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때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분명해졌다. 미국에 온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우리 민족이 수난당하고 있는 이때 나는 독일의 그리스도인들과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 만일 이 때에 나의 백성과 함께 고난 받지 않는다면 전쟁이 끝난 후 나는 독일의 재건에 참여할 권리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폴 레만은 이번에 돌아가면 본회퍼가 무사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그의 결심을 돌이키고자 했다. 하지만 본회퍼는 사자굴에 던져질 것을 알면서도 믿음을 지켰던 다니엘의 심정으로 독일로 떠나는 마지막 배를 탔다. 그리고 배 안에서 이렇게 썼다. "미래에 대한 나의 내적 번민은 없어졌다. 나는 마음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았다." 뒷날 그는 '자유를 찾는 길'이란 시를 썼는데 이 시는 이 당시의 그의 심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옳은 일을 하려고 하라 / 가능한 것 속에 떠 있지 말고 용감하게 현실적인 것을 붙잡으라 / 자유는 사고의 도피 속에 있지 않으니 그것은 행동 속에만 있다 / 소심한 망설임에서 삶의 풍파 속으로 나오라 / 하나님의 계명과 신앙만을 의지하라 / 그리하면 자유는 기쁨으로 네 영혼을 맞이하리라."

   
 
만약 본회퍼가 미국에 그냥 남았다면 그는 소원대로 몇 권의 좋은 책을 썼을 것이며, 20세기 중반 이후의 가장 탁월한 신학자의 한 명으로 이름을 떨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수난당하는 조국과 교회와 함께하기 위해 돌아왔고 이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이 결심이 양심에 비추어 올바른 것이라고 확신하였고, 이 귀환으로 인해 우리는 학자 본회퍼는 얻지 못했으나 예수 그리스도의 종 본회퍼를 가지게 되었다.

박만 교수 / 부산장신대ㆍ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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