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지방자치 (2)지방자치의 중요성

한국교회와 지방자치 (2)지방자치의 중요성

[ 특집 ]

강성열 교수
2014년 05월 13일(화) 11:47

"지방자치, 밝은 미래 위한 훈련장"

'주민의 직접적인 참여' 민주주의의 중요 요소
"어떤 상황에서도 일꾼 선출에 소홀해선 안 돼"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로 실시될 예정인 6월 4일의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민적 비극 속에서 전에 없이 조용한 선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요 지방자치의 맥을 이어갈 새로운 일꾼들이 각 지역 주민들에 의해 어김없이 선출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등 전국 17개 광역단체장과 구청장, 시장, 군수 등 기초단체장 226명, 지방의원, 교육의원, 교육감 등 총 3952명이 선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지역의 교육행정을 이끌어갈 교육감 선거도 주민 직선 형식으로 치르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선거라 할 수 있다. 이 두 선거를 올바로 치름으로써 우리나라는 한층 성숙해진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방자치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그 후의 구조 작업에서 드러난 총체적인 난맥상,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으로 인하여 '지방선거가 정말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적지 않다. 정부의 미흡한 초동 대처와 무능, 무책임 등의 부정적 정황이 계속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항상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낮았는데, 이번 참사로 인하여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회의와 실망이 확산되면서,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늘어날지 모른다는 염려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 아무리 힘들고 절망스럽다 할지라도, 지방자치의 앞날을 책임질 지역 일꾼들을 선출하는 일에는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 까닭은 '풀뿌리 민주주의(grass roots democracy)'라고도 불리는 지방자치야말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약속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과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표현은 1935년 미국 공화당의 전당대회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라고 한다. 의회제를 중심으로 하는 간접 민주주의를 넘어서서, 지역 주민들이 시민운동이나 주민운동의 차원에서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꾼들을 선출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당시에 지방자치는 참여 민주주의의 원형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그것은 민주주의의 풀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지방자치가 이렇듯이 민주주의 기초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풀뿌리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오늘의 한국 상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지방자치는 우리 사회가 국가권력과 중앙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분권화, 지역화하고 있다는 상황 판단에 기초하여 생겨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제헌 헌법의 공포(1948년)와 지방자치법의 제정(1949년)에 이어 1952년에 처음으로 시, 읍, 면 의회 의원 선거와 시, 도의회 의원 선거를 실시함으로써 지방자치를 처음 시행했다. 그리고 1956년에는 시, 읍, 면장 선거까지 실시되어 기초 자치 단체의 민선 단체장 체제가 출범했으며, 1960년에는 시장 및 도지사 선거가 실시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1961년의 5ㆍ16군사정변으로 지방자치제가 전면적으로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30년간 동면기에 있었던 한국의 지방자치는 1991년의 민선 지방의회 구성에 이어 1995년에 단체장을 포함한 지방의회 의원들을 직접 선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재출범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해방 이후 50여 년 만에 기초 자치 단체장, 기초 의회 의원, 광역 자치 단체장, 광역 의회 의원을 모두 주민이 직접 선출하게 됨으로써, 1995년은 기념비적이고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원년이 되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일들을 지역 주민이 직접 선출한 지역 대표자들을 통하여 계획하고 집행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를 수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방선거를 통하여 지역 대표자들을 직접 뽑는다고 해서 지방자치가 저절로 잘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방자치의 핵심 가치인 지역 주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없이는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지방자치는 지역 주민이 자신을 관리나 통치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도리어 주인 의식을 가지고서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할 때, 비로소 지역 대표자들을 통하여 올바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 대표자들은 어디까지나 지역 주민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서 지역사회의 복리증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진정한 주인인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지방자치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요체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이 지방자치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들을 주민 자신이 해결한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기초한 것이다. 이 점에 비추어 본다면,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최고의 학교라 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의 성공과 발전을 보증하는 최고의 훈련장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우리가 치르게 될 지방선거는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의 희망을 약속해 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국 각 지역의 주민들이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을 부여받아 지역 사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하기 위하여 지역 주민의 대표자들을 뽑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방선거를 통하여 구성되는 지방 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둘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모든 자치단체는 지역 주민이 직접 선출한 지역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움직이되,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정책을 결정하여 집행하고자 하는 책임 의식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처럼 철저한 책임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지역 대표자들로 뽑을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지금의 사회 상황이 고통과 슬픔으로 인하여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총체적 난맥상을 초래한 많은 책임자들의 무사안일주의와 탐욕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정말 건강한 시민 의식을 가진 대표자들을 선출하는 데 지역 주민 모두가 적극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왕정사를 통하여 배우는 게 있어야 할 것이다. 사울을 이어 왕위에 오른 다윗은 왕이 되자마자 관료 조직을 완비함으로써(삼하 8:15~18) 중앙 집권 정부를 구성하였고, 바로 이때부터 이스라엘 역사에서 공직자 계층이 생겨났다. 이들 공직자들은 처음에는 성실하게 공직을 수행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부정부패에 빠져들게 되었다. 왕을 비롯한 대부분의 권력층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 백성을 섬긴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권익을 추구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갖은 비열한 방법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억압하고 착취하였으며, 진실과 양심을 침묵시키는 힘의 정치를 통해서 하나님의 공법과 정의를 깔아뭉개고 있었다(사 1:16~17, 렘 5:1, 암 2:12). 더 나아가서 그들은 각종 별장들을 곳곳에 만들어 놓고서 매일 같이 잔치를 벌이면서 호화로운 식탁과 침대에서 세상적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암 3:15, 6:3~6).

이스라엘이 주변의 강대국들에게 망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왕을 비롯한 공직 계층이 권력을 남용하면서 각종 부정과 부패를 자행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늘의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지역 대표자들의 무능과 무책임과 부정부패야말로 민주주의의 풀뿌리를 해치는 암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로 관리들이나 공직자들을 염두에 두고서 기록된 잠언서가 누차 강조하듯이, 지방 선거를 통하여 선출되는 지역 대표자들은 진실하고 정직해야 하며, 또 부지런해야 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들이어야 한다. 맑고 깨끗한 양심으로 지역 주민을 지성으로 섬기고자 하는 선량한 지역 대표자들을 뽑을 귀한 지방선거에, 한국사회의 그리스도인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적극 참여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희망을 꽃피우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강성열 교수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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