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독교적인 전통 건축 시공,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요?

비기독교적인 전통 건축 시공,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요?

[ 상담Q&A ]

김진영 교수 atom@htus.ac.kr
2014년 04월 22일(화) 10:35

Q. 저는 지난 17년 동안 전통 건축 설계 분야에서 일해 왔고, 지금은 전통 건축 시공 분야에 몸담고 있습니다. 전통 건축과 관련된 일이다보니 때로는 사찰 일도 해야 하고 향교, 서원 등 비기독교적인 일(설계와 보수공사)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 건축을 연구하고 몸소 짓기도 하고 새롭게 고치기도 하는 일이 매우 즐겁고 행복합니다. 특히 전통 살림집인 한옥은 그 중 제 맘을 사로잡는 분야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간혹 불교 건축을 하거나 유교 건축을 다루다 보면 제가 오히려 우상을 이롭게 하는 비기독교적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매우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이유 때문에 문화재와 관련된 현장 소장의 일을 그만 둔다면 당장 다른 직업을 찾을 길이 막막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는 전통 건축을 새롭게 세우거나 보수하는 자체를 매우 즐겁게 생각하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떤 시각으로 문화재와 관련된 현실을 보아야 할 지 알고 싶어 상담을 요청합니다.


A. 형제님의 상담요청은 신앙과 직업, 우상숭배에 관한 주제를 한꺼번에 다루어야 하므로 제한된 지면에 담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직업은 하나님의 부르심(calling)이며, 선교의 도구입니다. 빵도 얻고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봉사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일은 하나님 맡겨주신 소명에 대한 당연한 자세입니다. 건축의 현대화, 건축자재의 새로운 개발 등을 통하여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문화를 만들어서 현대인들에게 우리 전통고유의 문화를 맛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전통건축술이야말로 중요한 종교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 이경남차장/knlee@pckworld.com

 
한편,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사역자인 형제께서 타종교 건축을 시공하면서 마음에 이는 갈등은 공감할만하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타종교의 건축시공이 우상숭배 행위로 간주되는 것이 문제라면, 우상 숭배의 폐단을 알고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형제와 같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시공자가 집을 짓는 것이 올바른 건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우상숭배 종교의 문물을 전승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인의 삶에 어울리는가 하는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난제에서 형제님을 구할 수 있는 길은 옛 문화의 정신을 가지고 기독교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건축의 전문성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건물은 사람이 짓지만, 완공된 건물이 또한 사람을 지어간다는 견해를 가지고 바람직한 건축자의 자세를 가지면 좋을 듯합니다.
 
오늘날 소수이긴 하지만 교회들이 기왓장으로 지붕을 얹는다든지, 한옥의 전통과 선을 살리는 건축을 활용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우리 조상들의 예지가 담겨있는 건축술을 활용하여 한국 고유의 기독교 문화를 개발한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예술의 관점만이 아닌 신앙 문화로 승화시키는 일이야말로 하나님께서 형제님에게 주신 사명이 아닐까요?

김진영 교수 / 호남신대
 
신앙과 예술, 건축 문화를 위한 깊고도 폭넓은 상상력을 갖고 창의적인 집짓기로 주님을 영화롭게 하며 우리 사회와 교회공동체를 섬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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