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상담, 자녀 학습 지도, 노인 돌봄에 동분서주

다문화 가정 상담, 자녀 학습 지도, 노인 돌봄에 동분서주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 / 오지의눈물 / 팔금선교센터의 헌신적 사역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4월 22일(화) 10:34

   
▲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전도사.
【팔금도=표현모 차장】 전남 신안군 팔금도에 위치한 본교단 해양의료선교회 소속 팔금선교센터에는 34살의 김승일 전도사가 홀로 사역하고 있다.
 
사회선교를 위해 특별한 시설이 없는 이곳에서 팔금선교센터의 사역은 '가물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필리핀에서 온 협력선교사들이 함께 사역을 하며 활기를 띤 적도 있었지만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뒤 팔금선교센터에는 김 전도사 홀로 남아 다문화가정 상담 및 자녀들의 영어학습 지도, 독거노인 돌봄 사역 등의 사역을 진행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 다문화가정 방문해 자녀에게 영어 지도

김 전도사의 하루를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오전에는 안단테(andanteㆍ느리게)로 흐르다가 섬 아이들이 하교하는 오후 4시쯤 되면 알레그로(allegroㆍ빠르게)로 변한다. 김 전도사는 섬에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의 집을 매일 방문해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최근 방문 대상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19명으로 늘어나자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어 6명은 지인에게 위임 지도시키고 현재 13명의 아이들을 방문한다.
 
기자는 지난 3월 27일 하루동안 김 전도사의 영어 방문지도에 동행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재슬린씨(27)의 집. 한국에 시집을 왔지만 얼마 전 남편이 사망해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집이다. 김 전도사는 재슬린씨에게 부탁해서 인근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의 민지를 이 집에서 만나 가르치고 있다. 그 이유는 상황이 어려운 재슬린씨와 짧게 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또한, 영어를 할 줄 아는 재슬린씨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재슬린에게 김 전도사는 영어를 매개로 한 직업을 만들어주고 싶단다.
 
민지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김 전도사는 자꾸 재슬린이 참여하도록 만든다. "언젠가는 재슬린이 아이들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는 김 전도사는 "이곳 팔금에서도 다문화가정을 이룬 이주 여성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데 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두번째 방문한 곳은 역시 필리핀에서 결혼 이주를 한 조슬린씨의 집이다. 이 집도 재슬린씨의 상황과 같이 딱하기는 매한가지다. 3명의 아이가 있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된 조슬린씨는 최근 출산 후 이틀만에 병원에서 퇴원해 시어머니와 갓 태어난 아이를 비롯해 4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재정도 없고 아이들과 시어머니를 돌볼 사람도 없어 산후조리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 팔금선교센터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김승일 전도사.

김 전도사가 방문한 이 날은 조슬린씨가 출산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김 전도사가 집을 찾자 둘째 수빈이가 달려와 와락 안긴다. 김 전도사는 생후 5일 된 한빈이가 한 켠에 누워있는 방에서 3학년 다빈, 1학년 수빈, 6살 유빈이와 함께 영어공부를 진행했다.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먼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게 한다. "I've got the joy joy joy down in my heart(주예수 사랑 기쁨 내 마음 속에)" 찬양 후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수 크레용팝의 노래를 부른다. 신이 난 아이들은 '점핑'이라는 가사에 맞춰 몸을 들썩인다. 아이들이 떠들고 안무까지 따라하는 소란 속에서도 생후 5일 된 한빈이는 새근새근 잠을 잔다. 새엄마 조슬린 씨는 밖에서 집안을 정리하고 있다. 다행히 반월새벽교회 양성태 목사의 부인 조학순씨가 걱정되는 마음에 방문해 설겆이를 해준다.
 
공부를 마치고 헤어지는 순간에도 둘째 수빈이는 김 전도사를 한참이나 꼭 껴안고 놓아주지 않는다. 친엄마를 불행하게 잃고 마음 속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을 향한 김 전도사의 눈빛은 애달프다.
 
"사실 제가 영어를 가르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보셨다시피 제가 영어를 그렇게 잘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영어는 사실 매개이고, 그 매개를 통해 아이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나누고 교회에 출석하도록 권하는거죠.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부모님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고요. 아이들 영어를 가르쳐주다보니 부모님들이 호의적이시거든요."
 
김 전도사는 이날도 저녁 9시경까지 집집을 돌며 영어를 가르쳤다. 밤 9시 도내 한 목사의 집에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는 도중 김 전도사가 차 안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에 문자가 왔다. "여보야~." 옆에 놓인 휴대폰을 슬쩍 보니 올가을 결혼하기로 한 여자친구다.
 
차로 돌아와 문자를 확인한 김 전도사는 마음 놓고 통화도 못한다. 일과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김 전도사를 만나지 못한 아이들은 밤 10시 정도까지 김 전도사에게 전화를 걸어 영어공부한 것을 점검받는다.

# "받은 사랑 너무 커 떠날 수 없어요"

김 전도사가 이곳 팔금도에 온 것은 지난 2012년. 한일장신대 신대원을 다니던 중 한 교수가 김 전도사에게 해외유학을 권유하면서, "이왕 외국에 나가서 공부할 거면 빨리 목사가 되는게 좋다"며 팔금선교센터 사역을 추천했다고 한다. 2년간 사역하기로 하고 해양의료선교회와 계약을 맺었지만 만 2년이 지나는 시점인 지금 앞으로 2년을 더 머물기로 했단다. 올 가을 결혼하는 김 전도사는 청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여자친구와 결혼 후에도 당분간은 주말 부부로 지내기로 했다.
 
김 전도사는 영어학습 지도 이외에도 독거노인을 돌보고 섬 목회자들의 목회를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 독거노인들을 위해서 자신의 십일조로 농산물을 구입해주고 그것을 팔아 용돈을 벌어드린다. 그리고 판매수익금이 모이면 꼭 필요한 곳에 기부를 한다. 지난해 필리핀 타클로반에 태풍이 불어닥쳤을 때 말린 고구마를 팔아 필리핀 재해구호를 위해 전달하기도 했다.
 
"2년간 제가 이곳에서 받은 것이 너무 커서 지금 떠나면 나의 잇속만 챙기고 떠나는 것이 너무 미안해요.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떠날 수가 없어요. 저는 여기 목사님들과 아이들에게 말할 수 없이 큰 사랑을 받았어요. 2년간 더 사역하면서 고학년이 저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스템을 만들고, 또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 영어를 가르쳐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김 전도사는 지난 22일 목포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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