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 남북관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용의자 - 남북관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2014년 01월 09일(목) 10:38

용의자(원신연, 액션/드라마, 15세, 2013)
 
간첩 리철진(1999)은 굶주린 북한 주민을 위해 슈퍼 옥수수 유전자를 훔치러 온 간첩의 좌충우돌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필자는 이 영화를 계기로 그동안 주입된 채 의심 없이 가졌던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반성하였다. 남북의 대치 상황에서 고통 받는 사람은 바로 국민임을 알게 된 것이다.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사는 사람들 가운데 분명 일부는 긴장된 남북관계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남북 관계의 평화는 명분일 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평화는 일거리와 이익이 줄어들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자의 관계가 전쟁 국면으로 비약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일이다. 자연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중요한 정치적인 사안이 이슈가 되거나 대선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북풍'처럼 의도적인 연출이라면 국가 미래를 생각해볼 때 암적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해도 자신들의 방식만을 고집하니 통일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의 숙원인 통일이 지연되는 일이겠으나, 이 때문에 남북한 주민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익과 입신양명 그리고 욕망을 위해 개인이 도구로 전락되고, 이 때문에 부당한 피해를 입는 일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북의 대치 상황은 평화적으로 해결될 문제이지, 그것으로 자신의 생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편으로 삼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용의자'는 긴장된 남북관계로 먹고사는 한 사람의 욕망과 그 결과로 부당하게 겪어야 했던 한 남자의 고통을 다룬다. 남북관계를 다룬 영화들은 다양하게 진화되어 지금은 주로 탈북자를 중심으로 다뤄지는 추세인데, '용의자' 역시 그렇다. 이야기는 두 개의 모티브가 서로 어우러져 전개된다. 하나는 복수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욕망이다. 다시 말해 북한 주민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탈북자가 남한의 기술을 이용하여 볍씨 개발에 성공하였고 이것을 북한에 전해주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첨단 화학 무기 개발로 오인한 국정원 직원은 국가안보를 빌미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개인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무기 제조 기술을 빼앗아 팔아넘기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일로 사건은 꼬이게 되는데, 가족을 죽이고 남한으로 온 탈북자에게 복수하기 위한 일념으로 탈북한 지동철(공유 분)이 부지중에 사건에 개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카레이서와 고난이도의 액션 장면은 서로에 대한 적대적인 관계와 욕망이 충돌하며 벌어지는 파열음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일부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얼마나 부조리한 삶을 살아가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비록 중심 모티브인 복수와 액션 위주의 스토리텔링에 감춰져 잘 보이진 않아도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가족이다. 특히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주제의 핵심은 마지막 장면에서 읽어볼 수 있다.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밀밭에서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헤어졌던 아버지와 딸 사이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과 눈물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 장면은 남북한 사람들이 비록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떨어져 지냈어도 분명 서로를 알아보며 교감하게 될 것에 대한 감독의 기대를 암시한다. 게다가 남한 당국자가 중국 인신매매자에게 이동철의 딸을 팔아넘기는 장면은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 삼자 관계에서 북한을 돌보지 못하는 남한의 역할을 고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용의자'의 이야기를 통해 국정원에 속한 한 개인의 그릇된 욕망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빚어내는 일련의 불행한 사건들이 어느 정도 현실적인지를 의심해보았다. 비록 가공의 이야기라도 오늘날 정치 상황을 생각해볼 때 현실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필자가 화려한 액션에 결코 마음을 빼앗길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특히 긴장된 남북관계와 종북 몰이를 통해 얻는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을 자신의 입맛에 따라 재구성하려는 정치인들과 그들의 야심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겹쳐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며 보게 되었다.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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