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다려라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다려라

[ 교계 ]

모휘대 목사
2013년 12월 04일(수) 13:41

대림절 기획 3.

대강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애타게 기다리는 기간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은 이 기간뿐 아니라 전체가 기다림으로 이뤄져 있다. 탄생, 취직, 결혼, 죽음 등 어느 것 하나 자신이 의도하는 때에 이뤄지지 않으며, 가정과 일터에서 진행되는 일들도 반드시 인내의 시간이 수반된다. 필자는 이 기다림의 시간이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온전히 의지하며 잠잠히 기다릴 때 하나님은 일하신다. 사회에서는 기다림을 비생산적 행위로 여기지만 그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신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예수님이 탄생할 당시 간절히 메시야를 기다리고 있었던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는 나라를 잃고 500년 이상 타국의 지배를 받으며 당시 로마제국의 권력 하에서 굴종과 빈곤의 삶을 살았던 유대민족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다윗의 자손 요셉과 약혼자 마리아 그리고 아기 예수를 최초로 경배한 목자들을 보면 이런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사야 9장도 백성 가운데 평강의 왕이신 메시야의 도래를 갈망하는 분위기가 현저했음을 알게 한다. 언젠가 메시아가 고통으로부터 자신들을 구원해 주기를 기다리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 부류는 로마 귀족과 시민 등 일부 지배 계층으로, 이들은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치세 하에 이룬 팍스로마나(로마의 평화ㆍPax Romana)를 향수하고 있었다. 그들은 불안감, 권태, 무위의 혼재 속에서 구세주의 출현을 기대하는 잠재적인 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누가복음 7장에 나오는 믿음으로 종을 고친 백부장처럼 그들은 경건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메시아를 기다렸다.
 
필자는 1965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1972년부터 서울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학부와 신대원을 마친 후 경기도 이포 지역의 작은 농촌교회인 금사교회에서 목회했다. 이후 1984년 12월 서울동남노회 광성교회의 후원으로 일본 선교사로 파송 받았다. 무려 30년 동안 당시 김창인 목사님으로부터 지금의 남광현 목사님과 모든 성도들에게 변함 없는 사랑을 받아 왔다.
 
당시 한국엔 여러 모양의 군사 훈련이 반복되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느끼기 힘든 긴장감 속에 생활해야 했다. 그리고 새벽 기도회가 매우 활성화 돼 있었다. 반공과 통일은 모든 교인들의 공통된 기도제목 이었고, 자녀들이 국력 증강과 수출 확대에 기여하기를 모든 부모들이 염원했다.
 
유대민족이 자유와 독립을 위해 메시야를 의지했던 것 같이 6.25전쟁 이후의 한국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을 의지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유대인과 비교하면 너무나 신속하게 한국 기독교인들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제자리 걸음을 시작할 무렵 한국은 올림픽을 계기로 급속히 발전했으며, 교회도 놀랄만큼 부흥했다. 이제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를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고, 교회도 독보적인 위상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자살, 학교 폭력, 정치권 대립, 청년 실업, 고령화, 가진자의 횡포, 극심한 빈부격차 등 최근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일본이 경험했던 것들을 한국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느낌이다. 심지어 교회가 사회의 지탄을 받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은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일본의 현재 교회 규모는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교회처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서인지 목회자와 교인들에겐 하나님의 역사를 기다리는 마음이 보다 간절하다. 연말이 되도 한 해 교세나 헌금의 증감에 민감해지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임재가 이뤄지기를 기도하며 기다린다.
 
앞서 말했듯이 로마인들 중에도 진심으로 참되신 구세주를 앙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 대림절에는 가버나움에서 임무를 수행한 백부장이나 가이사랴에 주둔한 고넬료라는 백부장처럼 진심으로 하나님을 찾으며 경건에 집중했던 사람들을 기억했으면 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예수님의 다가오심을 기다려 보자. 대림절은 그런 기간이다.
 
야고보서 1장 17절은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온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주실 선물은 인간이 이룩한 것과는 다른 조화 있는 평화일 것이다.

모휘대(모리타 히데요) 목사/총회 파송 일본 선교사ㆍ광성그리스도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