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즈 부족 사역

굼즈 부족 사역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이은용 선교사
2013년 10월 10일(목) 11:20

분노를 녹인 '생명 씨앗'

카페라 마을에 뿌려진 생명 씨앗은 자라게 하신는 분의 능력을 힘입어 좋은 열매를 맺게 되었다. 지금은 카페라 마을을 중심으로 이웃 굼즈 부족에 복음이 전파되어 4개의 교회가 개척되었다."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부족이 있다니…
 
필자는 에티오피아 북부 고잠 지방에 거주하는 굼즈(Gumze) 부족을 방문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부분의 여인들은 반나체의 상태로 살고 있었고 남자들은 총과 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굼즈의 원래 이름은 '샹켈라'였다. 샹켈라 부족은 유난히 까만 피부를 가졌고, 돌로 곡식을 갈아먹는 원시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주변의 부족들에게 무시와 놀림을 당했다. 주변 부족으로부터의 소외는 굼즈 부족을 점점 거칠고 폭력적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될 수 있는데로 다른 부족들이 접촉할 수 없는 산과 바위 틈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선교사인 필자는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사역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이번 북부 에티오피아 지방 전도여행은 비포장 도로 3000㎞를 이동하는 대장정의 여행이었다. 굶주림과 피로의 장벽을 극복하고 아프리카의 먼짓 길을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행 중에 소변을 보기 위해 운전사에게 자동차를 세워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함께 여행하던 전도자는 "이곳에서는 자동차를 세울 수 없습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부족은 사납고 폭력적이어서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들은 죽여서 먹어버립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인육을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여서 먹어버린다는 것이다. 3주 동안 전도여행을 하면서 북부 에티오피아 시몬산에서 만난 고릴라떼, 도로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부서진 탱크들, 나체로 뛰노는 어린아이들, 청나일강의 근원인 따나 호수와 장엄한 폭포, 고대에 건축된 고성들은 인상적이었지만, 하나님은 내게 굼즈 부족에 대한 생각을 가장 선명하게 하셨다. 분노 때문에 폭력적이 된 굼즈 부족을 하늘 아버지께서 사랑하신다는 메세지가 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틀을 자동차로 이동하고 13시간을 행군해 카페라 마을에 도착했다. 나는 원시적인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는 추장 앞에 불려갔다. 긴장의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추장의 정강이에 난 큰 종기를 발견했고, 다리를 치료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나는 근엄한 추장의 허락을 받아 수술 칼, 가위, 핀셋 등을 진열해 놓고 수술 장갑을 끼고 거창한 수술(?)을 시작했다. 야전용 후레쉬로 잘 보이지도 않는 추장의 귀속과 입안을 들여다보고 고귀한 추장의 머리를 떡 주무르듯 요리조리 돌려보면서 돌팔이 의사 실력을 과시했다. 결국 추장의 진료는 다리 종기의 고름을 짜내고 항생제를 바르고, 한국 군대에 만병통치 약인 베타딘(일명 빨간약)을 바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마음이 부드러워진 추장은 진료 후에 춤판을 벌렸고 석청과 고구마 비슷하게 생긴 쓴 나무 뿌리를 부상으로 내렸다. 허기진 배를 채운 후에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였고, 추장과 카페라 마을 주민 700명은 예수를 주로 영접하는 기도를 드렸다. 거룩한 영접 기도 의식을 마친 후에 대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원주민의 집에서 깊은 잠에 들었다. 새벽 2시 정도나 되었을까? 갑자기 집 안에서 함께 자던 개들의 싸우는 소리에 깨어나 보니 반나체의 여인이 내 옆에서 자고 있었다. 그 옆에는 개와 닭, 염소들, 그리고 나체 여인의 남편도 나란이 누워 있었다. 이날 나의 일기제목은 '나체여인과의 동침'이었다.
 
이렇게 카페라 마을에 뿌려진 '생명 씨앗'은 자라게 하신는 분의 능력을 힘입어 좋은 열매를 맺게 되었다. 지금은 카페라 마을을 중심으로 이웃 굼즈 부족에 복음이 전파되어 4개의 교회가 개척되었다. 할렐루야! 아프리카 사역 23년째를 맞이하면서 나의 시간, 지식, 인맥, 재정 등을 '생명 씨앗'으로 삼아서 생명의 열매를 생산하기로 다짐한다.

총회 파송 케냐 이은용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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