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을 밝힌 교육의 꿈

검은 대륙을 밝힌 교육의 꿈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이은용 선교사
2013년 08월 19일(월) 11:01
"광야의 목동들은 매일밤 야학에 참여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바로세워 바삐 교회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광야 교회에 모여든 목동들의 얼굴은 눈이 부시도록 검은 윤기가 나고 세속에 물들지 않은 왕방울만한 눈은 맑은 호수처럼 깊다."
 
아프리카 광야의 찬란한 태양이 사라지자 칠흙같은 어둠은 모든 만물을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강한 힘을 가진 사자도, 10m가 넘는 키다리 기린도, 엉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개짓을 하며 뛰는 타조도, 넓은 초원을 통통뛰며 재롱을 부리는 사슴도, 흰색과 검은색으로 몸에 줄을 그어놓은 얼룩말도,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먹던 소와 당나귀, 염소와 양들도, 아름다운 가시나무들도 칠흙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적막한 광야에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삼삼오오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 바로 마사이 부족 어린 목동들이다. 이 목동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광야에 세워진 교회. 광야의 목동들은 매일밤 야학에 참여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바로세워 바삐 교회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광야 교회에 모여든 목동들의 얼굴은 눈이 부시도록 검은 윤기가 나고 세속에 물들지 않은 왕방울만한 눈은 맑은 호수처럼 깊다. 까만 피부와 대조되는 아이들의 이빨은 하얀 보석처럼 빛난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야간학교는 호롱불 두개, 한쪽 벽에 녹색 페인트를 칠해서 만든 작은 칠판과 분필 몇개, 그리고 투박한 책상과 쪽의자가 전부이다. 그러나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목동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내가 질문을 하면 서로 손을 들고 '저요, 저요'하면서 자신이 대답하겠다고 외친다. 정답을 모르는 아이들은 막상 대답할 기회를 주면 몹시 곤란한 표정으로 한참을 생각하다가 엉뚱한 대답을 해놓고 부끄러워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러나 누구도 틀린 답을 말한 아이를 흉보지도 탓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오답한 아이 때문에 모두 까르르 웃으면서 즐거운 학습은 계속된다. 우리가 운영하는 야학에는 시험도 없고 아이들의 등급도 없다. 다만, 한번도 배워보지 못한 글을 배우며 '문맹과 무지를 깨뜨리는 즐거움'만이 있다.
 
필자는 22년 전에 '문맹과 무지'를 극복하고 검은 대륙의 사람들이 변형되는 하늘 아버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목동 10명과 함께 야학을 시작했다. 다음 해에 후원 교회에서 보내온 자동차 구입비 1만달러로 초등학교 교실 4개와 사무실 2개를 건축했다. 하늘 아버지께서 주신 '검은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꿈'을 이루기 위하여 공격적인 헌신(Radical Commitment)을 했다. 22년이 지난 오늘, 하늘 아버지께서 주신 교육의 꿈은 확장되어 88개의 유치원과 5개의 초ㆍ중등학교, 2개의 고등학교, 1개의 기술학교로 발전했다.
 
선교사인 나는 오늘도 하늘 아버지의 미소를 보면서 '검은 대륙의 어둠을 향하여 빛을 쏘는 교육 선교의 행진'을 계속한다.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웠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신 6:6-7)
 
본교단 파송 케냐 선교사 이은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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