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의 위기

선교사의 위기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박영주 선교사
2013년 08월 05일(월) 09:53
선교사로 피지에 도착한지 4년만에 필자는 선교 사역을 중단하고 철수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몇 달간 복통이 간헐적으로 일어나더니 빈도수가 잦아지면서 거의 한 달간을 참다가 결국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 당시 피지는 국립병원만 있었는데 시설이 열악하고 중환자는 대부분 환자 부담으로 호주나 뉴질랜드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피지에서 한국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10시간이 수일로 여겨졌다. 한국에 도착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양쪽 신장과 요로가 많이 부어 있어 결석일 가능성이 많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결석을 찾아낼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요로의 바깥쪽에서 요로를 압박하고 있는 무엇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 원인이 암일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 단층촬영과 함께 정밀 검사를 다시 해봐야겠습니다."
 
암이라는 말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떻게 기도해야할지 생각을 정리할 수 없었다. 젊은 아내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러다가 천국의 실재가 강하게 나를 압도했고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흥분이 일어났다. '이제 이 땅의 모든 수고를 끝내고 쉬게 되는구나. 주님이 나를 데려가신다면 아내와 아이들은 주님이 책임져 주시겠지.'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이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자유함이 더 컸다. 마음이 담담해지며 정말 천국에 가고 싶어져 내 병을 고쳐달라고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정밀 검사를 받고 의사의 최종 결론이 나왔다. 암은 아니고 요로 결석인데 결석이 있는 부위가 뼈 사이에 있어 잘 보이지 않고 또 그 성분이 흔히 보이는 결석과 달라서 잡아내기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암이 아니라는 말에 긴장했던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맥이 풀렸다. 감사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마음이 교차되었다. 나는 천국문 앞에서 거절당한 선교사가 된 것이다. 아직은 주님께 받은 바 사명을 다 완수하지 못했던 것이다.
 
충격파쇄기 요법으로 결석을 깨는 작업이 몇 주 동안 진행되었다. 뼈를 망치로 두들기는 것 같은 고통에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담당의사가 다시 불렀다. "환자분의 왼쪽과 오른쪽 신장이 모두 너무 많이 부어 있고 결석이 어려운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충격파쇄기 요법으로는 더 이상 안 되겠고, 아무래도 서둘러 수술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날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그런데 의사의 수술 집도 직전에 내시경으로 최종 확인한 결과 요로에 결석은 사라졌고 터질 듯 부어있던 신장은 부기가 많이 빠져서 수술이 필요 없게 되었다. 비신자였던 의사가 말했다. "당신이 믿는 하나님이 기적을 베푸셨나 봅니다."
 
   
박영주 선교사 가족
할렐루야! 우리는 곧 선교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는데, 아내는 남편이 수술을 한다면 선교사 철수 명령인줄로 알겠다고 기도했기에, 수술을 안했으니 피지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감격으로 울먹였다. 치료가 계속되는 동안 아내가 피지에 있는 두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서 학교를 휴학하고 급히 귀국하도록 조치를 취했었다. 작은 아들 경민이는 안산 동산 고등학교 1학년에 편입시켰고 큰 아들 광민이는 마침 한동대가 7월 학기 신입생 모집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류를 갖춰 재외학생으로 원서를 접수시켰고 주님의 은혜로 합격하였다. 한국에서 이미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한 아이들만 남겨 놓고 우리 부부만 두 달 만에 다시 선교지로 돌아왔고, 경민이는 남은 학기를 마치고 다시 피지 현지학교로 돌아왔다. 하나님은 질병으로 인한 철수 위기를 오히려 하나님의 방법으로 자녀 진학 문제를 풀어 가셨다.
 
피지 박영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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