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에 대한 욕망

영원에 대한 욕망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2013년 08월 02일(금) 13:41

더 울버린(제임스 맨골드, 액션/SF, 15세, 2013)
 
2000년에 시작된 '엑스맨'시리즈는 초능력을 가진 자들이 세상에서 주변인으로 살아가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초능력을 발휘하여 도움을 주지만 그들의 초능력을 위협으로 느낀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배척받는 아이러니하고도 슬픈 삶을 살아간다. 평범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어 하지만 번번이 차별과 편견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다. 외롭고 고독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이 보인다. '더 울버린'은 이런 상황에서 출발하면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의 의미를 성찰한다. 
 
무한한 재생능력을 가진 울버린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오직 초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 하는 사실에 회의를 느낀다.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도 힘들지만, 스스로는 죽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동료들의 죽음을 계속해서 지켜보아야만 하는 사실은 더욱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내를 자기 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일 때문에 죄책감을 품고 지내면서 계속된 악몽과 환상에 시달린다.
 
캐나다 숲에서 숨어 지내던 울버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끼 원폭 투하 사건에서 자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야시다의 초청을 받고 일본으로 간다. 작별인사차 갔던 울버린은 전혀 뜻밖의 제안을 받는데, 그토록 원하는 보통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댓가로 재생능력을 자신에게 달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사후에 손녀에게 일어날 불행을 충분히 예상했던 야시다는 손녀의 안전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원폭의 현장에서 자신을 보호했듯이, 그렇게 손녀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뜻밖의 제안을 받고 놀란 울버린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러나 야시다는 사망하고 아들이 아닌 손녀에게 유산을 상속할 것을 유언했는데, 3일이 지난 후에 유언장을 공개하면서 바로 후계 작업에 착수하도록 했다. 그런데 3일이라는 기간은 자신이 울버린의 재생능력을 이식받으려고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울버린의 재생능력을 이식받아 영생하고자 했던 것이다. 울버린은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되나 마침내 야시다의 계획을 저지하는데 성공한다.
 
영화는 이전의 시리즈와 비교해볼 때 많이 다르다. 이야기의 배경으로 일본이 선정된 이유도 다소 생뚱맞고, 초능력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고 있었던 울버린의 마음을 다시금 일깨우고 또 위기 상황에서 울버린을 돕게 되는 손녀와의 로맨스가 자연스럽지 않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너무 생략되어 있어서 이야기 전개가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로봇 사무라이와의 액션과 400㎞ 이상으로 달리는 신칸센 고속기차 지붕에서 전개된 액션 장면은 백미라고 생각한다.
 
'더 울버린'이 던지는 화두는 영원히 사는 것에 대한 인간의 상반된 태도이다. 하나는 영원히 살 수 있으나 죄책감에 사로잡혀 오히려 죽고 싶어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생의 삶을 얻으려 욕망하는 것이다.
 
울버린을 계속해서 괴롭힌 것은 아내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물론 세상에 대해 책임을 지면서 아내의 잘못된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너무 비극적이다. 여러 번 주저하는 가운데 울버린이 마침내 아내의 망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준 계기 역시 책임감에 대한 자각이었다. 이것은 인간이 죽음에 대한 욕망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삶의 동기는 사명에 있음을 환기한다. 사명이 있는 한, 죽음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은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다.
 
지구상에 많은 종교가 있으나 사이비가 아니라면 그 어떤 것도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겠다고 호언장담하지 않는다. 종교는 형이상학적인 세계관으로 삶의 의미를 밝혀주는 데에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진시황제는 종교가 하지 못한 일을 권력으로 극복하려 했다. 권력을 동원하여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불로초와 불사초를 구하도록 했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것의 좌절과 관련해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인간은 영생을 갈망하나 죽음은 인간의 조건이다.
 
재독한인 철학자 한병철은 '시간의 향기'에서 인간이 죽음을 폐기하려는 것은 신성모독이고, 죽음의 폐기는 결국 신의 폐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욕망의 한 표현으로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 없이 영생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신의 주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말이다. 인간은 죄 때문에 반드시 죽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아랑곳하지 않고 욕망하나 언제나 좌절할 뿐이다.
 
그리스도인의 과제는 인간의 욕망을 일깨워주고 영생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선물임을 드러내는 일이다. 또한 영생은 주어진 삶을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의 사명을 위해 주어진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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