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선교와 한인 디아스포라 사역

현지인 선교와 한인 디아스포라 사역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박영주 선교사
2013년 07월 11일(목) 10:01

어느 날 한 교민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담임 목사님이 갑자기 공석이 되어 당분간 주일 설교를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 교회는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피지 남섬 동부지역에서 자동차로 4시간쯤 떨어진 서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그 집사님은 조심스럽게 부탁하였다. 당시에 필자는 인도-피지인 교회를 개척하기 전, 남태평선교훈련학교에서 현지인 사역만 하고 있던 때였고 한두 달이나 길어도 석 달 정도만 도와주면 새로운 담임 목사님을 모실수 있다고 하여 그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 난디 한인교회는 우리 교단 목사님이 개척하였는데, 당시 필자가 창립예배 설교를 했었고, 본교단 한인교회가 설립된 것이 너무 감사해서 음향기기 구입을 위한 헌금까지 어려운 중에 기쁜 마음으로 했었다. 몇 년 후 그 교회 목사님은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뉴질랜드로 떠났다. 필자는 총회에 보고하고 새로운 사역자 파송을 요청하였으나 마땅히 보낼 사람이 없다하여 안타깝게도 다른 교단 목사가 와서 그 교회를 맡았으나 곧 바뀌어 몇 년 내 여러 교단 목사들이 거쳐 갔다.

그 당시만 해도 작은 미자립 교민교회에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 필자가 설교목사로 그 교회를 3개월쯤 섬겼을 때 그 교회 청빙위원회는 필자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마땅한 목회자를 찾을 수 없으니 담임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임시 설교 목사와 담임은 다른 문제였기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필자의 사역이 동서로 나뉘는 문제, 매주 왕복 8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체력 문제, 아내 남성숙 선교사가 수도 수바에서 토요 한글학교 교장을 맡아 부모교육도 하며 재미있게 사역하고 있었는데 그 일을 사임해야 하는 문제 등이 있었다. 망설이는 우리에게 청빙위원들의 말이 큰 감동을 줬다. "목사님이 지금 하고 계시는 현지인 사역은 계속 하실수 있습니다. 주말에만 우리를 돌봐주시면 주중은 우리가 목사님을 선교사로 파송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돕겠습니다." 한글학교 사역을 중단해야 했던 아내에게 미안했지만 마침 남태평야선교훈련학교는 호주 선교사 두 가정이 돕고 있어서 기도하고 의논한 뒤 청빙을 수락하였다.

3년 반을 매주 절반은 동쪽에서 현지인 선교를, 나머지 절반은 서쪽에서 디아스포라 사역을 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심방하고 공휴일이나 학교 방학 때는 집중 성경공부나 목적이 이끄는 삶 등 각종 세미나를 열었다. 피지로 유학을 온 중ㆍ고등부 학생들로 어떤 때는 학생들만 20명 넘게 모이기도 하였다. 휴식은 동서로 오고 가는 차 안에서 아내와 대화하는 시간뿐이었다. 1년이 지날 무렵 대한항공 직항노선이 생기면서 관광업이 활기를 띠었고 교회 건축 부지를 구입하면서 교회는 성장과 부흥을 경험하며 자립교회로 든든히 세워져 나갔다.
 

한편 현지인 선교 사역 부문도 인도-피지인 비제이 전도사 부부가 졸업하자 사웨니 교회를 개척하여 서울 동원교회 후원으로 교회 건축을 하고 헌당을 하였다. 세 분야 사역의 확장은 결국 한계점에 이르렀고 필자는 현지인 선교와 디아스포라 사역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만 했다. 결국 아내와 필자는 현지인 선교하는 선교사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디아스포라 사역을 내려놓았다. 디아스포라 사역을 하는 동안 육신적으로는 기진했지만 영적으로는 재충전의 축복을 누렸기에 주님께 감사하였다. 선교사가 현지인 선교와 디아스포라 선교 사역을 함께 조화를 이루어 나갈수만 있다면 선교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디아스포라들로 하여금 현지인 선교에 관심을 갖고 적극 동참하게 하는 것은 중요한 선교 이슈가 되고 있다.

본교단 파송 피지 박영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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