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무너져야 세계가 산다

백악관이 무너져야 세계가 산다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2013년 07월 04일(목) 11:37

화이트 하우스 다운(롤란트 에머리히, 액션, 드라마, 15세, 2013)
 
9ㆍ11 테러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은, 영화 대사에서도 나와 있듯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백악관을 꼽는 것 같다. 핵 폭격에도 끄떡하지 않는다는 벙커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수호하는 브레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백악관이 공격당하지 않겠지만, 또 결코 그럴 수 없는 곳으로 믿는다. 적어도 외부의 적으로부터 백악관이 공격받는 일은 미국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일이다. 그렇다면 내부의 적은 어떨까? 내부의 적으로부터도 안전할까?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이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에머리히 감독은 그동안 지구의 위기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노력을 통해 단순히 재난상황의 볼거리에만 천착하지 않고 환경문제와 지구촌 공존을 위한 협력의 중요성 등 다양한 메시지를 생산해왔고 또 영향을 미쳤다. 영화를 묵상하다보면 이번 영화 역시 재난영화와 가족영화로서만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이런 질문이다. 왜 백악관을 무대의 중심으로 놓고 또 그것이 무너지는 장면을 연출했을까? 다시 말해서 백악관이 불타고 폭파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연출하고 있는데, 백악관에게 부여되고 있는 세계적인 의미와 가치, 그리고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생각해본다면, 상대적으로 그것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가 궁금해진다.
 
물론 혹자의 비평대로 백악관을 상품화시켰다고도 말할 수 있다. 미국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백악관을 무대로 삼음으로써 상품에 대한 수요를 높이려 했다는 해석이다. 불안을 증폭시킴으로써 관련 상품의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말이다. 중요한 이유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표면적인 것일 뿐이다. 감독의 연출 의도는 그것에만 있지 않다.
 
미국의 총기 사건은 이미 오래전에 드러났고 지금도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까닭은 그 배후에 정치적이고 또 경제적이며 군사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를 제공하는 측은 방위산업체이다. 미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치인들의 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무기 산업은 지구촌의 각종 전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동시에 지구의 평화에 가장 큰 방해세력 가운데 하나다. 어쩌면 부시가 소위 '악의 축'으로 부른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도 무기 산업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오바마 행정부가 국회를 비준을 얻기 위해 힘겹게 싸워나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의 내용과 관련해 말한다면, 제임스 소이어(제이미 폭스) 미국 대통령은 칼보다 펜이 강하다는 말로 세계 평화를 위한 조약을 제안한다. 전쟁의 위협을 일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무기 산업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무력화시키자는 말이다. 이런 제안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암살 위협은 높아졌고, 방위산업체로부터 유래하는 반대는 거대한 음모로 이어진다. 미국의 안전을 위해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로 알려진 경호실장과 국회 하원의장을 내부의 적이 된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음모에 참가한 이유는 각각 달랐지만 공통적이었다.
 
하나는 중동의 갈등에 군사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평화를 건설하자는 주장이다. 소위 '로마의 평화'를 21세기에 '아메리카의 평화'로 재현하려는 의도다. 다른 하나는 방위산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는 국회 하원의장이 무기 산업이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두 사람에게서 공통적인 것은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평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백악관을 장악하고 대통령을 납치함으로써만 실현될 수 있는 계획이기 때문에 음모를 저지하고 대통령을 구출하려는 과정에서 백악관은 불타고 폭발하게 된다. 여기서 백악관의 붕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것을 생각해보면 감독의 의도와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세계 평화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을 백악관 내부에 설정해놓은 것은 미국인 모두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것이지만 또한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 바로 미국 내에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둘째, 이런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길은 오직 미국인의 희생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고 또 그것을 높이 기리지만 정작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은 결코 희생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매우 중요한 화두이다. 이런 화두와 관련해서 에머리히 감독은 한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 자신의 희생을 부각시킨다. 다시 말해서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해 미국에게 요구되는 것은 희생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셋째, 영화 전체를 통해 드러난 의미를 통해 우리는 결국 미국이 희생하지 않는 한 세계 평화의 문제는 요원할 것이라는 주장을 들을 수 있다.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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