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습관이다

공부도 습관이다

[ 교단일기 ] 교단일기

김천갑
2013년 06월 20일(목) 14:38

많은 사람들이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말한다. 학생 본인은 물론이고 부모도, 교사도 학생들이 공부에 몰입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기를 원한다.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기를 바란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실현시키고자 하는 꿈이 있어야 한다. 일시적 또는 지속적 보상이나 강권적 압력과 같은 외적 동기보다는 자신이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꿈이 능동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이끌어 나가는 내재적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소를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는 말처럼 학습자 자신이 절실하게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없으면 아이 자신도 부모도, 교사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꿈이 있다. 정말로 그 꿈을 이루고 싶어 한다. 정말 미치도록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자신의 마음속에 유발된 학습에 대한 강력한 동기도 있다. 주도면밀(周到綿密)한 학습 계획도 있다.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각별한 각오도 있다. 그러나 학습현장(學習現場)이라는 실전(實戰)과 각론(各論)으로 들어가면 책임감 있게 동기 유지가 안 된다. 굳건했던 각오도 흐물흐물 무너진다. 마음은 몰입이 되지 않고 산만해진다. 몸도 바른 자세로 가만히 있어주질 않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른 꿈을 꾼다.
 
국내 한 TV방송국에서 성공한 중소기업체 CEO를 초청하여 대담 형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CEO의 성공 과정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보여주고 대담이 이어진다. 그 중 한 프로그램에서 교육자의 눈으로 볼 때 특이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출연한 CEO가 고등학교 때 육상 선수였는데, 도 단위 대표선수로 선발되어 전국체전에 출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교내 정기고사인 중간고사 기간과 전국체전 기간이 겹치게 되었다. 이 학생이 선생님들에게 점수를 잘 주기를 간청했을 때, 선생님들은 하나 같이 "잘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메달만 따가지고 오너라~!"고 말씀하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국체전에서 동메달도 받지 못하고 학교에 돌아왔다. 그리고 기대와 달리 이 학생의 교과 점수도 전교 최하위 수준으로 나왔고, 학생은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는 운동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단을 하고, 의자에 앉아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10분을 넘길 수가 없었다. 마음은 혼란스러워지고, 몸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밖으로만 나가고 싶었다. 자신이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여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까지 운동만 했던 자신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체질이 몸과 마음에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때부터 엄청나게 많은 나무젓가락을 사서 계속 허벅지에 대고 부러뜨리면서 책상에 앉아 있는 훈련을 시작했다. 자신의 몸과 마음과의 싸움을 계속했다. 밤 12시까지 꼼짝도 않고 책상에 앉아 있는 체질을 몸과 마음에 배이도록 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했다. 책상에 계속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도 몸이 요동하지 않고 마음이 동요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했다. 한 달이 지나니 상태가 달랐고, 두 달이 지나니 훨씬 나아졌다. 그리고 세 달째가 되니 몸과 마음은 침착해지고 차분해졌다. 오랜 시간동안 앉아 있어도 몸과 마음으로부터 어떤 방해를 받지도 않고 공부에 몰입할 수 있었다. 내재적 동기는 그 보다 더 강력할 수 없었다. 처절하게 육상 훈련을 받고 출전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하자 모두가 좋은 점수 주기를 외면해서 마음속에 한이 맺혔기 때문이다. 실력은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1년이 안 돼서 전교 꼴찌에서 중상위권으로 급상승했다. 결국에는 최상위권까지 올라갔다.
 
학교 기숙사에서 상당수의 학생들이 12시에 수면을 취하고 아침 5:30분이면 정확하게 일어난다. 이 학생들은 YMS FICHE PLANNER에 기록한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대로 실천에 옮긴다. 이 학생들과 CEO의 삶은 수면패턴, 학습패턴, 생활패턴, 식사패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찰스 두히그 저 '습관의 힘'에서 제시한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패턴들은 습관이다. 우리 인체에서 가장 혹사를 당하고 있는 기관이 바로 뇌이다. 뇌는 활동을 절약하기 위해서 습관을 형성시킨다. 뇌가 어떤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습관고리를 선택할 수 있으면 그 습관고리에 그 일의 처리를 위탁하고 쉰다. 습관고리는 무의식적으로 실행되는 자동화처리 과정이다. 학습습관, 운동습관, 식습관, 텔레비전시청습관, 심지어 오래 앉아 있는 습관까지 모두 습관고리라는 자동화처리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의식적인 이성적 판단이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지배하는 것보다 무의식적인 습관의 지배력이 훨씬 더 강력하다. 모든 기억을 상실해도 습관은 살아남아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한다. 결과적으로 좋은 학습습관이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능력을 좌우한다.

김천갑 / 용북중학교 교장 

* 김천갑 교장의 <교단일기>는 이번 회로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주신 필자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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