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직접 배우는 현장 선교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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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박영주 선교사
2013년 06월 10일(월) 11:30

기쁨을 돕는 선교사

   
▲ 남태평양선교훈련학교 졸업식(1997년도) 직후 졸업생들과 스탭

필자가 선교사 초임 시절에 현지인 사역자들과 첫 번째 갈등을 경험했다. 필자의 초기 사역은 피지와 남태평양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도자 훈련이었다. 3년제의 '남태평양선교훈련학교'는 전인교육을 강조하여 학생들을 전원 기숙사에 입사하게 했고, 지식 주입이나 학위 중심이 아니라 현장 중심의 실제적인 사역 훈련을 강조하며 2년 간의 합숙생활을 통해 집중교육(제자훈련과 전도, 신학과 선교학)과 1년 간의 인턴쉽 제도를 뒀다.
 
일과는 새벽 5시에 새벽기도를 시작으로 개인경건의 시간, 아침 청소 후 시작된 오전 수럽은 오후 1시까지 이어졌고, 오후에는 학내에서 잔디 깎기, 밭 일구기, 건물 수리 등의 노동을 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매일 기도회와 자율 학습을 하고 10시에 취침했다. 초창기 사역자는 네 가정의 전임 사역자와 선교사 중심의 외부 강사들로 구성됐었다. 사역자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에 모여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의논하는 회의를 했고 목요일 새벽에는 사역자 기도회를 별도로 가졌다.
 
현지인 교장은 대외적인 일의 책임을 맡고, 교감으로서 필자는 대내적인 총책임을 맡았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하루 일과표가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 내내 더운 피지에서 그런대로 시원한 오전에 수업을 더 많이 해야 되는데 오전 10시에 식당에 모여 교제하며 티타임을 30분씩 갖고 있었고, 이야기 하다보면 정해진 30분을 초과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사역자 회의에서 필자는 티타임을 없애고 10분간 휴식만 하자고 했더니 모두가 강력히 반대했다. 티타임은 현지 문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피지의 티타임은 고유의 관습이라기보다는 영국 지배 하에서 전이된 문화였다. 아무튼 그 당시 필자는 그 문제로 일주일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필자가 강경하게 밀어붙이면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혼자 고민을 했다.
 
당시 아침 QT 시간에 주님이 말씀(고후1:24)을 주셨다. "선교사인 너는 현지인을 주관하는 자로 온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쁨을 돕는 자로 왔다." 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님께 항복했다. 현지인 복장을 한 필자는 외양은 겸손한 선교사였으나 내적 태도는 여전히 패권주의적 자세를 가진 교만한 선교사임을 주님은 일깨워 주셨다. 선교는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역사하시고 나는 다만 그분의 조력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선교사역 과정에서 내 뜻보다 주님의 뜻을 먼저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필자는 '하나님의 선교'를 현장에서 실수를 통해 몸으로 배워 나갔다. '하나님의 선교' 신학은 선교 활동의 의미가 인간(교회)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개념의 전환을 가져왔고, 하나님은 교회를 위해 선교를 두신 것이 아니라 교회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선교를 수행하기 위한 단지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았다. '하나님의 선교'는 후에 일부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그 의미가 변화되어 선교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주장은 선교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되어 버렸고, 전도와 선교를 약화시켜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는 하나님 주도적인 사역이며 교회와 선교사는 다만 조력자로 순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놓칠 때 많은 문제들이 야기된다고 본다.

본교단 파송 피지 박영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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