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 배우가 다치다

공연 중 배우가 다치다

[ 공연본색 ]

최무열
2013년 06월 10일(월) 09:57
공연 시작 한 달 만에, 마지막 공연까지는 3개월이 남았는데 공연 중 배우가 다쳤다. 그것도 점프를 하다가 내려오면서 좋지 않았던 무릎을 심하게 바닥에 부딪혔다.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고, 그 배우는 간신히 커튼콜까지 심하게 움직이는 장면을 조심하면서 공연을 마쳤다. 공연 후 배우를 들러 업고 대학로와 가장 가까이 있는 병원이 서울대 부속병원이라 그곳의 응급실을 찾았다.  거기서 X-ray를 찍었지만 뼈에는 문제가 없어서 그 다음 날-당직이 레지던트밖에 없어서 본인이 판단할 수 없는 심한 부상이라-정형외과 전문의 소견으로 MRI를 찍게 되었다. 그 결과 무릎의 십자인대와 연골 등 3부분이 파열이 되었고, 빨리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나의 역할(프로듀서)은 첫 번째, 공연을 더 이상 계속 할 수 있느냐의 선택과 두 번째는 부상당한 배우에 대한 치료의 범위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빠르고 신속해야 하며 또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공연 때문에 배우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무리하게 끌고 가면 배우 앞날에 치명적이며, 또 그렇다고 공연을 무작정 방치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공연이 생물이라는 것이다. 뭔가 공연이 한번 올라가면 그 공연이 끝날 때 까지 문제가 없을 거 같지만 이렇게 공연이 멈출 정도로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난다.
 
일단 부상당한 배우의 동일한 역할을 1년 전에 했던 다른 배우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그 배우는 일본공연 중이어서 3주나 있다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한다. 절망감 가운데 든 생각은 현재 유일한 주인공의 더블캐스팅 중 한 배우를 그 부상당한 배우의 역할을 연습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연습기간을 얼마나 주는 것이었다. 일단 공연을 3일 멈추기로 했다. 3일간 그 배우가 그 역을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어서였다. 보통은 공연을 앞두고 2달 정도의 연습을 한다. 그런데 3일 만에 연습을 해서 공연을 올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비록 다른 배역이지만 2달간의 연습을 같이 했고, 배우들은 상대배역과 같이 연습을 하다 보면 상대배역의 대사를 무의식적으로 암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친구는 주인공을 할 정도로 연기력과 감각이 뛰어나다. 그렇게 그 배우에게 부탁을 하고 그 배우는 또 부탁을 대의를 위해 받아들여주었다.
 
그리고 부상당한 배우는 근본적인 치료를 하기로 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4시간의 긴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재활에 6개월 정도를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도 심한 운동은 당분간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재활을 하면 어느 순간 다시 돌아올 것이다. 누구나 병상에 누워있는 것은 안타깝지만 특별히 배우가 무대가 아닌 병상에 있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보낸 후 배우는 더 단단해진 마음을 가지고 무대에 임할 것이다. 왜냐하면 쉬는 동안 무대가 너무 그리울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일을 통해 다른 배우들도 자신의 몸을 소중히 관리하며 더 정진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은 몸과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우리 모두를 성숙하게 만들어준다.
 
공연은 보는 사람들에게는 즐겁고, 감동적인 시간이지만 그러기 위해 뒤의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위의 일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연은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마치 예배가 멈추면 안 되는 것 같이.

최무열 대표 / MJ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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