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공연 … 기독대학의 채플공연1

또 하나의 공연 … 기독대학의 채플공연1

[ 공연본색 ]

최무열
2013년 05월 31일(금) 15:40

3년전 처음으로 서울여대 채플에서의 공연을 의뢰 받았다. 당시 나는 서울여대에 뮤지컬 현장실습이라는 수업을 나가고 있었고, 25명에서 시작한 강의가 지금은 200명이 넘는 대형강의로 발전하였다. 그만큼 학생들이 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수업이 끝날 무렵 기독교학과 임원들이 나를 찾아 왔다. 그리고 공연 하나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하는 데 그것이 채플시간에 올라갈 공연이었다. 지금까지 채플시간에 공연해 왔던 여러 얘기를 듣고, 현재  본인들이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야기도 들었다. 더불어 형편없는 공연예산도.
 
보통 기독교 대학에는 필수과목으로 채플시간이 있다. 기독교 대학이라도 비기독교인이 70%를 넘는 경우가 많다보니 채플시간에 그들에게 알맞은 프로그램을 짠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목사님의 글에서 읽었는데, 제일 설교하기 힘든 곳이 대학교 채플 시간이라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대놓고 기독교 얘기를 하게 되면 하나님의 '하'자만 얘기해도 귀를 닫고, 시선을 피한다. 보통 대형 강당에서 드려지는 채플시간에 들어가면 제일 많이 하는 것이 노트북으로 다른 것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등 몸은 그 곳에 와 있지만 마음을 다른 곳에 있는, 더 심하게 말하면 몸과 눈으로 심하게 거부하는 시간이 대학교 채플시간이다. 그래서 채플시간에 그 학교의 교목이 설교하시는 것도 교회설교와는 다른 형태를 띠고 더불어 대중에게 알려진 외부 강사 및 가수나 배우를 초청하기도 하고 이 학교처럼 공연을 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서울여대 채플시간에는 기독교학과의 '열림'이라는 연극팀이 1년에 2번씩 채플에서 공연을 해 왔던 것 같다. 그 공연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해야 하는 일이긴 한데 많은 고민이 됐다. 그 이유는 기존의 작품을 연습시켜 공연한다는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르는 일이다. 외부에서 만들어진 공연을 그대로 하거나, 조금 각색해서 하는 경우, 그런 공연들은 기본적으로 상업적으로 만들어져서 아무리 각색을 해도 그 기본 틀이 바꾸지 않는다. 채플에서 하는 공연인 만큼 공연을 보는 이들에게 기독교적 가치가 들어있는 공연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다 여자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만 나오는  작품은 정말 없다. 와우!
 
새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래뵈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지 않은가? 무슨 작품을 해야 하나 생각한 끝에 얼마 전에 본 영화 '하모니'를 떠 올렸다. 자신만의 사연을 가진 여자 죄수이야기. 엄마와 딸의 관계…그 안에서 합창단을 만들고. 그리고 제목인 하모니안에 포함된 가치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이 정도면 훌륭한 소재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서울여대 학생들 통해 각색과 작곡을 맡겼다. 여러 번의 수정 가운데 작품은 완성되어 갔다. 그러나 학생리더의 걱정은 쌓여만 갔다. 그도 그럴 것이 만들어진 작품 연습하는 것도 힘든데, 모든 걸 새로 만드는 거니, 얼마나 걱정되고, 답답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작품은 학생들을 많이 울렸다. 거기엔 나의 이야기, 내 어머니 이야기가 있었고, 소통의 이야기도 있었으며, 또 다른 사연을 가진 모든 이가 협력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랬을 때 공동의 선이 이루어짐을 공연 하나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채플에 딱 맞는 공연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최무열 / MJ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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