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교회들의 연합으로 도시를 변화시켜라

지역 교회들의 연합으로 도시를 변화시켜라

[ 문화목회 이야기 ]

성석환 목사
2013년 05월 30일(목) 16:38
도시의 문제는 도시가 건물이거나 인프라가 아니라 바로 사람이며 그들의 삶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문화목회적 관점에서 도시선교 역시 도시인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20세기 초 자본주의 환상 속에 빠진 파리의 아케이드를 비판적으로 관찰한 벤야민은 도시 사람들이 단지 쇼핑몰을 헤매는 방랑자에 머물지 않고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성찰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비판적 시각은 유효하다. 사람들은 쇼핑과 소비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는 듯하다. 물신주의와 소비주의에 물든 현대 도시인들은 이웃과 동료조차 돈과 조건을 매개로 하여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니 건물과 몰과 거리의 풍요로운 풍경과는 달리 도시인들의 삶은 언제나 피곤하고 빈곤하다. 노숙자와 실업자는 거대 도시마다 넘쳐 나고 빈부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도시선교학자 콘(Harvie M. Conn)과 오르티즈(Manuel Ortiz)는 다소 보수적인 신학을 견지하면서도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도시선교를 주장한다. 그들에게 도시의 발전이란 '샬롬'의 관계들이 확장되는 것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사람들의 관계가 공동체에 건강하게 참여하는 지수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오늘의 도시선교는 사람들이 도시적 삶의 주체가 되도록 이끌고 하나님과 이웃의 관계를 건강하게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다.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드림센터'는 그러한 도시의 상처들을 치유하고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복원하는 일에 초점을 드리운 문화적 도시선교의 현장이다. 노숙자들에게 제자훈련을 진행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경공부식이 아니라 직업훈련이나 관계훈련 등을 통해 스스로 그 도시와 지역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돕는다. 마약과 범죄의 소굴이었던 지역이 이 경건하고 열정적인 사역단체의 헌신으로 변화되면서 LA 다운타운 전체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카페와 도서관을 통해 도시적 삶의 문화적 유연성과 성찰성을 확장시키는 것, 바로 문화목회의 도시선교다. 지역사회의 부정적 이미지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샬롬의 이미지로 변혁해 나가기 위한 참여, 협업, 행동 역시 문화목회적 도시선교이다. 특별히 경쟁에서 낙오한 이들을 위로하고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소규모 교회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최근 런던의 Community Mission으로부터 받은 한 사례이다. 주로 예술가인 청년 30여 명이 건물 지하실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emergent church는 겨울에 노숙자들과 실업자들을 섬기는 프로그램인 The Robes에 참여하기 원했지만 장소와 재정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노년층이 대부분인 성공회 지역교회가 이들에게 공간을 내 주고 사역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지역사회는 이 두 공동체의 헌신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문화와 예술로 도시를 아름답게 변혁하자는 비전으로 세워진 '미와 십자가 교회(레이첼스 티룸)'는 최근 성공회 '길 위의 교회'와 함께 대학로에서 도시선교를 위한 연합예배를 매 달 드리고 있다. 매 예배마다 중보의 대상이 있어서, 청년 실업자, 노숙자, 철거민,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도시에서 소외되지 않고 온전한 삶을 누리기를 기도하며 그들을 돕는 구체적인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문화목회적 관점에서의 도시선교는 이처럼 지역교회들이 연합하여 공동으로 지역의 도시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개발 분쟁이나 건전한 교육환경 조성, 가난한 이웃들의 자립지원 등의 프로젝트를 위해 전통적인 교회는 재정과 공간, 법적 지원 등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젊고 작은 공동체 교회는 전문적인 헌신과 역동적인 참여에 더 큰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은 도시공동체를 세우는 문화목회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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