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작품을 보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뮤지컬 작품을 보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 공연본색 ]

최무열
2013년 05월 10일(금) 15:34

서울여자대학교에서 '뮤지컬현장실습'이라는 교양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을 시작한지 5학기째이고, 25명 정원으로 시작해 지금 200명 정원으로 약 9배 정도로 수적인 성장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 수업에는 대형 강의실을 사용하고 있고, 한 주는 공연을 보고 그 다음 주는 본 공연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수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0명, 이날 숫자는 소극장 뮤지컬은 한 회를 다사야 할 정도-소극장이 200명 들어가는 공연장도 그리 많지 않다-의 인원이 된 것이다.
 
나는 뮤지컬 현장에서 20년간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대체적으로 좋은 작품을 고르는 심미안을 가지고 있으나 200명이나 되는 친구들의 모든 작품적 성향을 다 맞출 수는 없다. 특별히 나는 한국창작뮤지컬을 많이 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더 철저하게 작품을 선정하려 한다. 그리고 대극장 공연과 소극장 공연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하지만 대극장에 눈이 익숙해지면 소극장에서의 공연 보는 재미를 잃어버리는 수도 있다.
 
이번 학기에 본 작품은 뮤지컬 '아이다', '삼총사', '바울', '그날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등이고 앞으로 볼 두 작품 중 하나가 뮤지컬 '수퍼스타 지저스크라이스트'이다. 이 중 뮤지컬 '바울'은 공연을 단체 관람한 후에 그 극장에서 학생들과 배우들이 약 1시간 정도 대화의 시간을 가졌고,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의 배우 중 4명은 공연 관람 후 다음 주 학교수업시간에 친히 학교를 방문하여 내 수업 전체를 다 채워서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말 그대로 현장감 있는 살아있는 수업을 한 것이다.
 
자신이 직접 본 공연의 배우들과 한 주의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하거나, 아님 공연이 끝난 직후 그 배우들의 땀이 마르기 전에 대담을 하는 기회는 그리 쉽지 않다. 인맥을 이용해야 하고, 배우들의 배려가 그 첫 번째이다. 공연이 끝난 다음 배우들은 그 인물의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일상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꽤 길게 걸리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바울 배우들은 관객으로 온 학생들과 만난 것이다. 그리고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는 순간에 배우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최선의 대답을 한다. 히스토리 보이즈의 배우들은 전원-수업에 온 배우 4명-이 크리스찬이 아니었고, 바울의 배우들은 전원이 크리스찬이었다.
 
둘 다 작품적으로 퀄리티가 있는 수준작이었고, 히스토리 보이즈 배우들은 주로 인문학적인 대답과 냉정함 안의 유머가 돋보였다면 바울의 배우들은 신앙적인 가운데 인간미가 돋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히스토리 보이즈는 영국의 문학과 역사가 내용의 큰 줄기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동성애가 큰 줄기였고, 바울은 신약성서의 반 이상을 기술한 고집스런 행동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 당연히 배우들이 작품을 이야기하는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배우가 그 작품 안에 인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은 두 작품 모두 배우들의 몫이었다. 또 그것을 관객들이 보고 즐기는 것이다. 연극이건 뮤지컬 간에 그 인물 안에 존재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을 볼 때 관객은 감동을 받는다. 특별히 바울 공연을 보고 문화선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친구가 생기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친구가 있음으로 배우나 스태프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 같았다.

최무열 / MJ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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