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민족의 혼이 있던 교회가

19. 한민족의 혼이 있던 교회가

[ 여행스케치 ] 여행스케치

김정기 목사
2013년 05월 10일(금) 09:40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옛 상항감리교회의 모습이다.
이 교회는 지금은 중국인 불교 사찰이 되었지만 유서깊은 한민족의 일제 강점기에 설립된 민족운동의 역사가 서려있는 교회당이다. 그런데 왜 절간이 되었을까? 그래도 옛 건물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 한국인들의 손 때가 묻은 것처럼 보인다.
 
민족의 지도자였던 도산 안창호 선생은 1900년대 중반에 이곳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망명하였고 도산과 이대위 씨와 망명자 몇 명과 인삼 장수 3인이 모여 상항연합감리교회를 세우고 도산은 흥사단과 신민회를 조직하고 민족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1906년 7월 15일 양주삼 전도사가 교역자로 왔다. 처음 회집장소는 이 건물이 아니지만 이 교회도 미국 성도들과 현지 한국인들이 세운 역사적 교회건물이다.
 
구한말 시대에 조국을 염려하던 피끓는 젊은이 두 사람이 이 교회 근처에서 1908년 친일 외교관 스티븐슨을 저격하게 된다. 바로 전명운, 장인환 의사이다. 이 교회의 윗쪽을 향하여 걷다보면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1990년 고르바초프와 노태우 태통령이 ㄹ만났던 클레어먼트 호텔이 있다. 저격당한 스티븐슨이 이 호텔에서 머물렀고 결국 그는 이 골목의 한인청년에게 부둣가에서 저격을 당하고 죽게 되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항구 그 저격현장에 인도의 간디 동상만이 서 있어서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살인자여서 기념비가 서있지 못하는 것일까?
 
상항연합감리교회의 첫 예배지는 켈리포니아(California) 2350번지였고 이 역사적인 교회 건물은 1928년에 클레어먼트 호텔 아래 1123포웰(Powell)가에 재건축돼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역사적인 교회는 중국인 불교 사찰에게 매각되고 말았다.
 
아마 종교단체의 건물은 다른 용도로 매각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종교의 시설로 매각될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 건물이 갖고 있는 특별한 의미 때문에 지금이라도 되돌려서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이라도 간직한 건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라 잃은 민족독립 운동가들의 피땀이 서려있고 역사적이고 가치있는 이 건물이 보존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본 필자는 1995년 여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하던 시절에 이곳을 찾아가 착잡한 심정으로 이 교회의 모습을 수채화로 남겼다.
 
그림 그리기를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사찰의 주차장 바닥에 직경 30cm정도의 동판에 새겨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의 역사 유적지인 랜드마크'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다시 가던 길을 멈추고 욕들어(?)가면서 사찰의 뒷마당과 풀섶을 가 보았다. 혹시 옛 분들이 조국을 기억하고 싶어서 무궁화 꽃이라도 심어 놓았을까봐 확인해 보았다. 어서 속히 이 글이 나가고 난 후 이 건물이 한국인들의 품안에 돌아오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정기 목사 / 조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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