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향한 문화목회, 지역을 알아야 한다

지역을 향한 문화목회, 지역을 알아야 한다

[ 문화목회 이야기 ]

성석환 목사
2013년 05월 09일(목) 16:38
개 교회가 지역사회를 향한 문화목회를 한다고 할 때 지금까지는 총동원 주일에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를 초청하거나 공연물이나 연주회를 열어 주민을 초청하는 것 등을 우선 떠올리게 된다. 요즘은 이도 쉽지 않아서 이미 다른 교회에 다니고 있는 기존 신자나 습관성 방문자들만 몰리는 경우가 많다. 요란하기는한데 사실 냉정하게 평가하면 그런 행사들이 지역사회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는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선배 목회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인근 초등학교를 활용하여 아이들을 위한 잔치를 벌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먹을거리도 제공하고 이런저런 흥밋거리도 제공되었을 것이다. 한국교회의 사역자들은 대부분 문화를 이처럼 행사나 오락,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불러와야 하고 대중문화의 형식을 빌어야 하는 것처럼 여긴다. 문화목회는 그러한 일차적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그 선배 목회자에게 지역사회의 필요를 파악하고 교회와 지역사회의 공적 주체들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논의하기를 권했다. 그리고 교회의 자원들을 지역사회에 공적인 변혁의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 즉 협동조합이나 창업들을 시도해 보면 어떻겠냐고 권했다. 이렇게 말하면 십중팔구는 당회나 교회 내부의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먼저 제기한다.
 
필자가 섬기는 '도시공동체연구소'는 얼마 전 수원의 한 교회에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기독청년창업세미나'를 가졌다. 지역의 필요를 채우고 하나님나라의 가치가 지역사회에 실현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역의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창업의 동기부여를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자 했던 것이다. '지역자산기반(local asset based)'의 소셜 벤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의 형태로 문화목회의 장을 확장시켜 나갈 분명한 필요가 있다.
 
예배공동체이며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지역의 일원으로서 지역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일은 그 자체로 선교적이다. 한국교회는 청년들에게 추상적인 민족과 나라를 위해 기도하라고는 하지만 정착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문제나 고민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전자의 경우 구체적으로 희생하거나 실천할 일이 없다. 그러나 지역의 문제는 당장 실천하자면 많은 고민과 구체적인 계획이 시작되어야 한다.
 
문화목회를 시작하고자 하는 교회는 지역의 필요를 파악하는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미내아 트레아는 '미국의 감자탕 교회들'(shaped by God's heart)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려면 교회는 반드시 지역조사를 통해 지역의 문제와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용을 감당할만한 교회라면 지역조사를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그렇지 못한 교회는 통계청이나 관에서 조사한 인구학적 상황을 참고하면 좋다.
 
동숭교회는 2010년 연구소와 지역조사를 진행하여 지역사회가 어떤 필요와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특히 문화와 관련된 사역들은 이 결과들을 반영하여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웬만한 규모가 있는 교회들은 대부분 교회 자체의 유지를 위해서 많은 비용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쉽지 않다. 또 내부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일도 쉽지 않다. 이럴 때 객관적인 조사를 통한 결과물을 가지고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문화목회가 중요하고 새로운 도전이라 해도, 예배와 복음전도의 사명에 소홀함이 결코 있을 수 없다. 간혹 문화목회를 기능적으로만 이해해서 기독교적 정체성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문화목회는 교회와 지역, 교인과 지역민, 신앙과 삶의 이분법적 구도를 허물고 지역사회를 하나님나라의 문화가 충만한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복음이 건강하게 유통될 수 있는 문화를 세워나가려는 것이다.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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