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정신적 유연성을 기르게 하자!

아이들이 정신적 유연성을 기르게 하자!

[ 교단일기 ] 교단일기

김천갑
2013년 05월 08일(수) 16:51

고도의 균형을 잡어야 하는 체조선수들과 곡예사의 움직임은 너무나 아름답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그런 동작을 하려고 하면 엄청나게 불편하고 어색하다. 체조선수와 같이 난이도가 높은 동작을 구사하기 위해선 자신의 체중을 지탱하고 통제할 수 있는 근력(筋力)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근력만으로는 노련한 체조선수나 곡예사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동작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그들이 난이도 높은 동작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유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체의 유연성은 자세의 균형, 힘, 아름다움, 관절의 건강 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부상 방지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연성이 떨어지면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신체의 특정 부분이 불편하고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아 힘을 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다리 골절이나 인대 손상으로 인해 깁스(cast)를 할 경우처럼 사람의 신체는 장시간 사용을 하지 않을 경우, 심하면 다리를 펴거나 오그리기 힘들어진다.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을수록 관절이 굳어져 관절의 작동범위가 점차 줄어들고, 움직임이 뻣뻣해진다. 이것이 바로 유연성이 줄어든 것이다. 관절의 유연성이 줄어들면 모든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운동을 할 때 관절 운용의 한계 각도를 벗어나게 되면 인대나 근육 파열의 부상을 입기 쉽다.
 
신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정신에도 힘과 유연성이 있다. 정신을 지탱하는 힘인 정신력만 강하다고 해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정신 활동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정신에도 유연성이 있어야만 사람들과의 관계성도 아름답게 풀어나갈 수 있고, 다양한 사람과 주어진 과제를 가지고 협업(協業)을 순조롭게 처리해나갈 수 있다. 정신적 유연성이 높아야만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에 있어서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또래 사이에 똑같은 상호작용이 있었더라도 어떤 아이는 상처를 많이 받고, 어떤 아이는 상처를 덜 받고, 어떤 아이는 전혀 상처를 받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이러한 차이가 바로 사고의 유연성 차이에서 온다. 따라서 청소년의 사회성 능력 발달을 위해서 정신적 유연성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사고의 유연성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 속에서 자란다. 과거에 베이비붐 세대는 형제ㆍ자매가 적어도 5명 이상, 심지어 12명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비좁고 어려운 환경에서 서로 부대끼며 이기적인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며 살아야 했다. 서로 다투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입장을 양보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면서 서로 협상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살아야만 했다. 이런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정신의 유연성이 자랐다.
 
하지만 현대 핵가족 사회에서는 자녀가 하나나 둘인 경우가 많아 관계성을 통한 정신의 유연성 발달이 거의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신적 유연성을 기를 수 있도록 또래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도록 부모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친구와 함께 노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정신적 유연성이 발달되어야만 다양한 관계적 상황에서 정서적 충격에 따른 상처를 덜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가 또래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도록 부모가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름을 인정할 줄 알게 되고, 상대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도 기르고, 자신의 의견이나 이익과 배치되는 의견을 경청할 줄 알게 된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는 언행에 대해서도 정신적 완충 장치를 통해서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정신의 유연성을 기르도록 하려면 부모의 의견만 강권해서도 안 된다. 한 때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자녀양육 문제가 나오면서 자녀가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면 협상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 협상을 통해서 원칙을 세우고, 합의한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자식에게 주는 혜택을 박탈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자식의 의견과 선택을 존중하는 상호작용의 과정을 통해서 정신적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우리 기독청소년들이 정신의 유연성을 기르도록, 모든 사람을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사랑의 가정에서 그들을 양육하자. 또한, 모든 마음의 상처가 관계 속에서 치유되고, 정신의 유연성도 완숙되어 어떤 경우에도 사정이나 형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여 더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자.

김천갑 용북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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