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필요를 채우는 문화목회

지역의 필요를 채우는 문화목회

[ 문화목회 이야기 ]

성석환 목사
2013년 05월 02일(목) 14:42
문화목회는 교회를 성장시키기 위한 특별한 조치이거나 이벤트가 아니라 목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임을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성장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목회자가 거의 없어서 아무리 좋은 해외 사례나 새로운 신학을 소개해도 교회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면 개 교회에 목회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문화목회는 문화를 도구로 하는 목회가 아니라 목회를 문화적으로 재편, 재조정하는 것이다.
 
문화목회는 교회구성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도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교회의 의사소통 구조나 관리를 투명하고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것이고, 외부적으로는 교회의 물적, 인적 자원을 지역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높여 복음적 가치가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이상을 21세기의 가장 역동적인 문화적 영역에서 실천, 성취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사회의 필요에 민감하여 이를 채우려는 문화목회의 지향점은 매우 절실하다. 대학로에 위치한 호모북커스(예드림교회)의 김성수 목사는 2년 전 혜화 로터리 근처 건물 2층에 작은 지역도서관을 열었다. 꽤 영향력 있는 교회에서 부목사 생활을 하다가 교회와 세상, 교인과 시민의 경계를 허물고 직접적인 복음의 하나님나라 운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역사회의 도서관을 열었다.
 
또 좋은 책,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고 저자를 초대하여 대화 시간을 마련하면서, 문화지구라 말하지만 변변한 도서관 하나 없는 곳에서 동네의 담론형성과 인문학적 만남의 공적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아직은 후원자나 기증을 통해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발전하려는 전망을 가지고 있다. 거물급 인사나 저명한 사람의 도움 없이 그저 소박한 지역민과 어우러져 가는 이 도서관이 살아남기를 늘 기도하고 있다.
 
부천의 약대동에 위치한 새롬교회는 지역사회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의 필요를 채우고 있다.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밥상공동체 등 이미 언론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사역을 통해 지역을 섬긴다. 필자와 동료가 방문했을 때 은퇴한 지역 어르신이 도서관의 아이들에게 한자 공부를 가르치시고 계시는 현장을 보았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협동조합이나 생협으로 이어지는 문화생태마을 만들기 구상은 차원 높은 문화목회를 보여 줄 것이다.
 
새롬교회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사역자의 열정과 비전도 중요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주효했다. 즉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일은 교회가 혼자서 감당하는 구제와 자선과는 다른 차원이다. 이는 최근 자주 회자되는 협업(collaboration)과 또는 협치(governance)의 개념이 매우 중요하게 개입되는 공적 사역이다.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원탁에 앉아 지역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목회를 지향하는 사역자는 단지 교인만을 또 교회건물만을 섬김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주민들, 특히 지역의 공공 주체들을 섬기려는 문화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문화목회는 교회에 있는 전문 인력이나 자원을 어떻게 지역에 있는 동일성격의 자원들과 연결시키고 협력하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다.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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