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콘텐츠와 연결되는 카페

지역의 콘텐츠와 연결되는 카페

[ 문화목회 이야기 ]

성석환 목사
2013년 04월 25일(목) 14:54
카페교회가 특정한 의제나 메시지를 전달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표현양식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럴 때 문화목회는 문화적 감수성과 재능을 가진 이들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소규모 카페에서는 그런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교회들은 교인들의 자원봉사나 은사배치를 통해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겠으나 당장 수익 자체가 고민이 되는 카페형 교회들은 이런 부분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창조적 문화목회는 지역사회의 공적 콘텐츠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와 협조하여 카페를 중심으로 더 건강하고 윤리적인 삶을 위한 캠페인도 벌여보자. 대학가라면 대학선교회나 동아리들과, 주택가라면 주부들과 함께 우리 동네, 우리 지역, 우리 마을을 윤리적 소비의 마을로 만들어 가는 일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건대와 세종대 사이에 위치한 '시냇가에 심은 교회&카페'는 아예 그리스도인을 위한 카페라고 표명하며 시작했다. 다른 곳보다 훨씬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고 대학가에 위치해 있다보니 학생들의 이용률이 높다. 이 교회의 담임이자 카페 주인인 구은태 목사는 또 다른 명칭이 있다. 그는 그 지역 통장으로 활동한다. 지역주민들이 추천하여 2011년부터 맡아 수고하면서 지역사회와 직접적인 만남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주민예산감시위원으로 추천받아 선정되어 그의 공적인 사역이 더 늘어날 것 같다. 본인은 이러한 일들이 목회적, 선교적 관점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말한다. 지역교회 목회자가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지역의 공적인 주체들과 네트워킹 하면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얼마든지 동원 가능한 공적 콘텐츠가 된다. 카페가 공공의 영역으로 자리잡는 일에 큰 진보가 있을 것이다. 
 
동숭교회는 대학로에 있다보니 이런저런 협조요청이나 행사요청이 많은 편인데, 특히 카페 에쯔에서는 이런 필요를 수용하여 그림 전시회, 출판기념회, 작은 연주회 등을 유치하고 있다. 대학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많은 예술가나 활동가들이 카페를 공공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관계자들은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공간을 사유화하지 않으면서 개방하고 지역사회의 공적 콘텐츠들과 연계하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의 접촉점이 열리게 된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몇 해 전 미국 파사데나 지역을 방문하여 우연히 알게 된 커피숍 이야기는 필자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과테말라 출신인 한 가계의 헌신으로 이 지역의 문화예술활동가들이 이 커피숍의 공정무역, 지역사회개발 등에 참여하고 있다. 질 좋은 커피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예술가들에게 경제적인 지원과 활동의 장을 열어준 이 커피숍은 재즈음악회, 전시회, 독서모임, 문화의 밤 등을 개최하며 지역공동체와 연계를 활발히 시도한다.
 
성신여대 앞 작은 카페 '소일'은 세 명의 목회자가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교회이기도 하다. 윤리적 소비를 제안하는 메시지가 가득한 이 카페는 착하고 의롭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현수막에 적힌 간단한 문구로 격려하고 지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서서히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찾는 공적 공간이 되고 있다. 이것은 세 사역자, 그들의 신학적 성찰이기에 더욱 값진 공간이 되는 것이다.  
 
성석환 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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