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죽음으로 공황상태인 구역 식구

남편의 죽음으로 공황상태인 구역 식구

[ 상담Q&A ] 상담Q&A

황해국 목사
2013년 04월 11일(목) 14:07

   
Q: 같은 구역의 집사님이 상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40대 초반의 금실이 아주 좋은 부부였는데 추운 날, 운동하러 갔다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3일간 내내 장례에 참여해서 도움을 드렸는데 어느 날 저를 보고 남편 장례식에 오지도 않고 그동안 뭐했냐며 서운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알려주십시오.

A: 너무나 충격을 받으셨군요. 그렇게 금실이 좋으신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에 과격한 운동을 갑자기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특히 심혈관 계통에 문제 있는 분일수록 추운 날 갑작스레 운동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튼 돌아가신 분의 아내 되신 집사님은 지금 공황(panic)상태에 빠진 듯합니다.
 
사람들은 큰 충격을 만나게 될 때, 몸만 손상(damage)을 입는 것이 아니라 감정도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상실하고 특이한 행동을 보이게 되는 것을 감정의 홍수에 빠졌다고 합니다. 감정의 홍수에 빠지면 말이나 생각이 옹졸하고 유치해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제력을 상실하거나 붕괴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살아야한다는 생각 외에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듯 감정의 홍수에 빠진 사람의 특징도 극도로 자기중심적이고 사건의 해석도 대단히 편파적입니다. 그래서 장례 때 와서 3일 동안 장례를 도와주었던 구역식구도 알아보지 못하고 '그동안 어디 갔다 왔냐?'하며 엉뚱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감정의 홍수에 빠지게 되면 '너와는 끝이야', '우리 이혼해', '나가 죽어' 같은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하게 되고, 자기감정에 빠져서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수가 많습니다. 감정의 그늘 때문에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해를 한다고 해도 자기의 기분에 따라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옹졸하거나 편협해지게 되고 엉뚱한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옆에 곁에 있는 사람이 이해를 못하고 '그렇게 도와주었는데 나한테 왜 화를 내고 이렇게 함부로 하는 거야' 하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충격적인 일을 만난 사람이 정신 줄을 놓고 엉뚱한 말을 하거나 자기를 도운 사람에게 오히려 화를 내고 서운해 할 때, 얼마나 충격이 심하면 자기를 도운 사람도 알아보지도 못할까? 하고 정신이 회복되기를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에게 '객관적인 사실이 이러하다', '앞뒤는 이렇게 되었다'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그를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더 시급한 일입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슬픈 장례를 만난 가정에서 장례를 끝내고 목사님의 설교가 무엇이었느냐고 물었을 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진짜 슬픈 마음으로 함께 울어주고 손을 잡아주었던 사람들은 그 사람의 표정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더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감정의 홍수에 빠진 사람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가를 잘 말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의 홍수에 빠지지 않도록 충격적인 일을 만나지 말아야 하지만 혹 그런 환경을 만나게 되는 경우 함부로 말해서 나중에 더 힘든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또 주변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진 힘든 사람들을 조금 더 기다려주고 그 사람의 눈높이에서 그의 입장과 마음을 받아주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충분한 공감과 기다려주는 것이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관계를 만들고 그 사람을 빨리 회복하고 치료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해국 목사 / 세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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