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울' 이야기 7

뮤지컬 '바울' 이야기 7

[ 공연본색 ]

최무열
2013년 04월 05일(금) 15:29
하나님의 선한 기획자 만들기
 
3월 중순 나는 이화여고에 가서 '미래의 직업'이라는 주제로 공연기획, 공연제작에 대해 강의를 했다. 싱그러운 모습의 여고생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이 길이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얘기했다. 그러기에 더욱 보람이 된다는 것과 함께. 그런데 이 학교에서 특강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재미있다. 어느 날 이화여고 선생님이 전화하셔서 미래의 직업에 대한 첫 번째 특강을 내게 맡기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그 이유가 자기 딸이 서울여대에서 지난 학기 내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부터 나를 강력히 추천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는데 지난 학기 최소한 그 학생에게는 내 강의가 성공했구나 싶었고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특강을 하면서 좀더 이해를 돕기 위해 두 배우를 데리고 갔다. 10분 정도 연극 오셀로의 한 장면을 보여줬다. 여고생이다 보니 잘 생긴 배우들이 왔다는 얘기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처음 등장부터 동방신기 못지않은 열광적인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배우들의 대사 하나, 손 동작 하나만 움직여도 함성이 쏟아졌다. 공연이 끝나고, 나의 특강도 끝나고 질문시간이 되었다. 질문이 끝난 후 맨 마지막에 내가 가장하고 싶은 말을 했다. "좋은 작품 하나는 사람을 살리고, 또 사회를 좋게 변화시킵니다. 여러분이 그런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공연기획자는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다. 연극, 뮤지컬, 음악, 무용 등 모든 공연에 관한 전반적인 콘셉트를 구성하고, 제작을 하기 위한 스태프를 구성해서 한 편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연출부와 더불어 스태프의 호흡을 맞추고 오디션을 통해 일일이 작품에 맞는 배역을 선정한다. 또한 무대와 의상, 조명 등 작품을 만드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협의하여 작품 성격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공연기획자는 홍보와 마케팅을 책임지고, 준비과정에 드는 비용을 선정하고 제작진들의 준비를 체크하며 공연이 잘 올라갈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감당한다. 또한 공연에 맞는 주수용자의 연령을 설정하고, 공연시기, 공연장소, 공연예산을 세우고 이에 관한 후원자를 찾아내어 무대에 공연이 오르기까지의 전체 살림을 도맡아서 해야 한다. 즉 공연이 시작하는 시점부터 마지막 쫑파티까지의 모든 일이 공연기획자의 일이다. 이렇게 공연에 관계된 모든 일을 책임지는 기획자. 그리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작품을 마치 아기를 낳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기뻐하는 게 공연기획자다.
 
지금 대학로에서는 약 1백50개에서 2백개 정도의 새로운 창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중에 속칭 살아남는 작품은 5~10개 정도이다. 그 외 작품들은 사장되버리고 만다. 흔히 작품 하나가 세상에 나오는 것은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는 것으로 비유한다. 만약 이 비유가 맞다면 90%정도의 공연(아기)은 세상에 나와서 빛 한번 보고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많은 공연이 만들어지길 원하지만, 그와 더불어 사장되는 작품이 없었으면 한다. 뮤지컬 바울은 9개월 동안 3백회 공연을 했고, 올해 1백회 정도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작품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제 어린이로, 청년으로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자로서 허망하고 없어질 세상작품이 아닌 하나님의 작품으로 굳건히 서게 하는 책임이 내게 있다. 이 길이 험하고 힘들지만 하나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공연기획자가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 그래서 사람 살리는 작품이 척박한 이 땅에 많아지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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