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통합적인 협력 필요하다

학교 폭력, 통합적인 협력 필요하다

[ 교단일기 ]

김천갑
2013년 03월 27일(수) 11:59

괴롭힘은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학교 폭력 중 가장 대표적인 형태이다. 미국의 경우, 청소년 중 거의 30%가 괴롭힘을 당하거나 시킨 경험이 있다고 한다. 괴롭힘은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생활하는 공간인 교실이나 복도, 급식소, 기숙사, 운동장, 화장실 등에서 주로 일어난다.
 
이러한 괴롭힘은 대부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장난 형태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가해자는 이를 장난으로 인식하고 피해자는 이를 고의적인 폭력 형태인 물리적, 언어적, 관계적 괴롭힘으로 인식하고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는다. 물리적 괴롭힘이란 뒤에서 등이나 머리를 만지거나, 목을 누르거나, 옷을 잡아당기거나 밀기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언어적 괴롭힘은 욕하기, 비난하기, 말 흉내 내기 등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관계적 괴롭힘은 어떤 학생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과 또는 또래집단과 고립시키거나 고립을 유도하여 상처를 주는 형태로 나타난다. 가해 학생은 사소한 장난이라고 생각하지만 피해 학생의 심리적 저항 능력에 따라서 피해를 받는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더구나 학교 폭력은 대부분 복합적이어서 가해자와 피해자 범주를 칼로 자르듯이 나누기가 힘든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로 괴롭힘의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처리할 때는 '응징적 정의'보다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응징적 정의를 추구하면, 모두가 고통을 받고 패배자가 된다. 하지만 회복적 정의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면 모두의 관계가 회복되고 피해자도 또래 친구들과 관계가 회복되어 두려움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로레인 수투츠만 암스투츠, 주디 H. 뮬렛이 저자인 '학교현장을 위한 회복적 학생생활지도'에서 제시한 회복적 학생생활지도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괴롭힘에 대항하는 규정을 학교 전체에 적용하기 위해 학교의 전 교직원이 훈련을 받고, 혼연일체가 되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괴롭힘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사제동행(師弟同行)을 통해 괴롭힘이 발생하는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한 후, 그 문제를 해소하고 학생이 그런 습성을 버릴 수 있도록 회복적 접근을 통해 적극적으로 예방 조처를 취해야 한다. 학교의 인성인권부장이나 담임교사만 괴롭힘 문제에 대응해서는 안 된다.
 
클램슨 대학의 수 림버 교수에 따르면 괴롭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또래상담을 통해 또래끼리 조정하도록 접근하면 안 된다. '괴롭힘은 더 힘이 센 아이가 힘이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행위이다.' 따라서 반드시 교사가 개입해야 한다. 교사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래끼리 조정하도록 하면, 피해 학생이 힘이 더 센 학생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하는 문제가 발생하여 괴롭힘 문제를 예방하기 어렵다.
 
괴롭힘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가해자 학생을 가정이나 지역 사회에 방치되도록 만들기 때문에 괴롭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해자 청소년들에게 높은 수준의 처벌만하고 끝나면, 괴롭힘이 상대 학생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그런 괴롭힘을 가했을 때 자신은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자신의 습성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 습성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피해 학생에게 가해자에게 당당히 대응하라고 충고만 하고, 전체 교사와 전문상담사의 통합적이고 적절한 개입과 관심이 없는 학교에서는 괴롭힘 문제를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험한 상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에게 괴롭힘이 싫다는 사실 등 자신의 감정을 말로 분명하게 표현하고, 다시 괴롭히면 경고를 하도록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 입장에서 자신의 괴롭힘의 의미를 철저하게 이해하도록 도와줘야 하고, 이것이 단순한 장난이 아님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 학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가해 학생 본인 스스로 괴롭히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스스로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 끝으로 양자가 서로 관계성을 회복하도록 모든 관계자(학부모, 교사, 관리자, 전문상담사)가 함께 통합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김천갑 / 용북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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