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장애인 부부- 이승복 집사(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장애인 부부- 이승복 집사(하)

[ 향유와 옥합 ]

강영길
2013년 03월 27일(수) 10:17

살아 있다는 것이 행복
 
아내 윤숙자 집사는 9살, 3학년 2학기에 뇌염모기에 물렸다. 열이 나서 곧 죽게 될 것이라고 했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목숨은 건졌다. 뇌염으로 인해 뼈가 굳어져서 앞으로 엎드릴 수가 없게 되었고 지금도 허리를 앞으로 굽히지 못한다.
 
윤 집사는 말도 거의 잃어버렸다.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다. 기억력에도 장애가 와서 뇌염에 걸리기 전까지의 일만 기억한다. 그 이전의 일은 아주 자세히 기억하는데 그 이후 있었던 일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뇌염에 걸리면 마치 지금까지 기억으로 행복하게 살라는 양 이후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윤 집사는 결혼하기 전까지 기도원의 종지기를 했고 이집사는 선재교회의 종지기를 했다. 새벽마다 종을 울리며 다른 하늘에서 하나님을 만나던 두 사람이 늦은 나이에 가정을 이루었다. 하나님이 사랑스런 딸을 선물로 주셨는데 두 사람은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으나 딸은 훌륭하게 성장했다. 윤 집사는 모든 것을 다 잊지만 딸과 손주는 잊질 않는다. 하나님이 자녀를 줄 때 우리에게 책임을 지라고 보내셨기에 자녀와 핏줄만은 잊질 않는 것 같다.
 

   
윤 집사는 말은 못하지만 글은 읽으므로 성경이 너덜거리도록 읽었다. 성경 종이가 두터운 보풀이 생길 정도였다.
 
윤 집사는 늘 같은 표정을 짓는다. 마치 너무나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약간 벌린 채 웃는 인상이다. 뇌염으로 근육이 그렇게 굳어버렸다. 누구를 만나도 늘 반가운 표정만 지으라고 하나님이 선물로 준 것인지 모른다.
 
필자가 부부에게 물었다. "언제가 가장 행복했느냐"고. 이승복 집사는 "뭐든지 행복하고 사는 게 천국이다"라고 했다. 가진 것도 없고 건강도 없는데 사는 게 천국이라니.
 
윤숙자 집사는 알아듣기 힘든 말로 대답했다.

"살 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다시 물었다. 딸 생겼을 때가 가장 좋았느냐고. 그러자 손사래를 치며 같은 말을 재우친다.
 
"언제라구요?"
"산 때, 산 때 산 때."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 반복한다. 알아들을 수 없으니 다시 물어야겠는데 마치 필자가 고문이라도 하는 것 같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윤 집사는 똑같은 답을 한다.
"산 때, 산 때."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난감했다. 그래서 잠시 필자는 하나님께 저 말을 이해하도록 지혜를 달라고 구했다.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아, 사는 내내 좋으셨다구요?"
 
윤 집사는 크게 뜬 눈을 더 크게 뜨면서 앞뒤로 몸을 흔든다. 자기 뜻이 통한 것이 기뻐서일까 그 얼굴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큰 행복이 그려졌다.
 
이 집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세상 어디에서도 환영받을 사람이 아니야. 우리 같은 사람을 부르셔서 환영하시고 자식으로 인정하시고 구원하실 분은 예수님밖에 없어요. 앞으로 살 날도 걱정하지 않아. 지금까지도 살게 하셨는데 남은 날이 무슨 걱정이겠어? 지금까지 살려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또 이 세상이 끝나면 천국에 5백원으로 지은 내 집이 있으니 더더구나 걱정이 없지."

   
 
거실 탁자에는 천사처럼 고운 손자의 사진이 놓여 있고 벽에는 부부가 제주도 여행에서 그린 아주 예쁜 캐리커처가 걸려 있었다. 어쩌면 이분들은 그림속의 화사한 옷 한 번 안 입고 살아 오셨을지도 모른다. 두 분이 천국 가는 그 날까지 그림처럼 아름답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도한다.

강영길/온누리교회, 소설가, 내인생쓰기 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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