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울' 이야기 3

뮤지컬 '바울'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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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열 대표
2013년 03월 08일(금) 09:51

이렇게 연습이 진행되었다면 보통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성공적으로 공연을 올렸습니다"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첫 공연은 완벽한 실패로 우리 모두 절망했다. 처음에 내가 우려했던 현실이 그대로 벌어진 것이었다. 배우들은 30평 남짓 되는 연습실에서 연습하다가 1천여 명이 들어가는 엄청난 홀에서 공연을 하다 보니 그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이 안됐고, 리허설이 부족해 음향과 조명도 여러번 실수를 했다. 배우들은 많은 부분 대사와 동작실수를 했고, 무엇보다 아마추어 배우들의 긴장은 작품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첫 공연이 끝나자마자 작가 겸 연출이었던 유혜정은 무대에 배우들을 모아 놓고 하나하나 다시 지시하기 시작했고, 배우들은 첫 공연을 잘 올리지 못한 거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남은 공연에 대한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 두 번째 공연은 그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첫 공연보다는 훨씬 좋아지게 되었고, 뮤지컬 '바울'은 완성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교회공연을 마치고 이 작품에 참여했던 어느 집사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러시아의 사할린에 가서 공연하게 되었다. 같은 동포를 보고 싶은 마음에 8시간 이상을 차를 타고 온 분도 계셨고, 바울팀으로 말미암아 사할린에 축제 벌어진듯한 기쁨이 그들 가운데 있었다. 마치 뮤지컬 '바울'이 극 속의 바울이 된 것처럼 그 곳의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모습을 실제로 목격하게 되었다.
 
나는 이 작품을 외부 -대학로-에서 올리고 싶어서 여러 제작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대본과 영상만 가지고는 안될 것 같아서 음반을 제작해서 들려주기 시작했다(그때 음반에 참여한 분들은 지금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뮤지컬배우가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올리겠다는 분들은 없었다. 일단 작품 내용이 방대해서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 당시만 해도 창작뮤지컬, 거기다 기독교 창작뮤지컬은 올렸다 하면 망하는 시절이어서 제작하겠다는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여러 해가 흘렀고, 우리는 그 작품을 잊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초연한지 10년이 지나 내가 수업을 나가는 학교에서 이 작품을 하게 되었다. 그전에 나는 유혜정, 차경찬과 더불어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로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으로 일반 뮤지컬계 뿐만 아니고 기독교 문화쪽에서도 상당히 알려지게 되었다. 마음 한쪽으로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가 이만큼 뮤지컬계에서 반향을 일으켰으므로, 꽤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 뮤지컬에 관심을 갖고 다수의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기독교 문화의 뮤지컬 부분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계속 퇴보를 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대학교에서 다시 올려진 뮤지컬 '바울'은 내 마음을 다시 요동치게 했고, 이 뮤지컬을 대학로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전에는 누구를 찾아 제작을 맡기는 형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처럼 내가 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중에 예상치 못했던 후원도 받았고 하나님이 내게 주신 직접적인 표시로 느껴져서 감사했다. 이렇게 해서 대학로에 가장 높이 있는 극장(7층)에서 뮤지컬 '바울'은 9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하게 됐다.

최무열 대표 / MJ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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