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곳이 부족한 우리나라 청소년들

놀 곳이 부족한 우리나라 청소년들

[ 교단일기 ]

김천갑
2013년 03월 05일(화) 15:23

2013년 1월에 핀란드와 덴마크 교육기관을 탐방하면서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청소년센터를 방문하였다. 2차세계대전시 방공호로 사용하던 공간이 지하 32m에 위치해 있는데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지하 방공호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에 칸칸이 방을 만들어서 미술, 목공예, 게임, 발레, 락밴드 등을 배우고 있었다. 더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공간이 나오면서 올림픽 공원에 설치된 것처럼 큰 규모의 스케이트보드장이 나타났다. 밖이 아무리 추워도 아이들이 마음껏 즐기며 놀 수 있는 장소가 부러웠다. 많은 청소년들이 신나게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넓은 장소를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센터는 무료 회원제로 운영된다. 약 5백명의 회원이 있으며,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규칙을 정하여 규칙을 위반하면 15분~30분 정도 퇴실조치를 취한다. 욕설, 왕따, 폭력이 없는 비형식교육이 이뤄지며, 주변의 공립학교에서는 교장과 담임교사가 이 청소년센터의 활용방안에 대하여 논의 하고 학습부진아 또는 부적응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회원 중 대부분이 학생들이며, 2% 정도의 자퇴생들이 있는데 이들을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기 위해 사회복지사와 청소년지도사가 운영하는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핀란드 헬싱키의 청소년부는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을 많이 제공하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유일한 문화를 공유하도록 격려하는 청소년센터를 무려 60개나 가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12가지의 가능한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축제, 주말과 휴일 활동, 각종 과정들, 봉사캠프, 국제교환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청소년들이 기여를 하거나 지원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찾지 못하더라도, 일단 활동을 시작하고 그 활동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도록 격려한다.
 
청소년들은 청소년센터에서 무료 회원카드를 발급받아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풍부한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다. 시범스튜디오, 예행연습실, 음악교습, DJ과정, 밴드예행연습, 재즈부터 록까지의 음악, 다른 문화이벤트, 예술전시회, 연극, 공연, 독특한 설비, 녹음실을 포함해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청소년센터에서 할 수 있다. 풋볼, 야간농구, 스케이트보딩, BMX, 활강스키, 스노우보딩, 카누타기, 암벽등반, 배드민턴과 그 외의 많은 스포츠 활동도 청소년센터를 통해서 할 수 있다. 확립된 댄스 교과들부터 힙합, 살사, 브레이크 댄스, 심지어 볼리우드와 같이 새로이 유행하는 스타일 또한 댄스 수업으로 배울 수 있다. 모터 달린 자전거와 어린이용 놀이차의 훈련도 받을 수 있다. 청소년센터를 통해 모든 캠핑 장비들을 청소년부의 회원카드를 가지고 무료로 빌릴 수 있다. 탁구나 당구, 보드게임을 하고, 심지어 게임 콘솔도 이용할 수 있다. 요리 클럽부터 회복 활동까지 모든 종류의 활동들을 청소년센터에서 제공한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청소년센터에 올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국어ㆍ수학ㆍ영어ㆍ과학 교과 학습에 함몰되어 있다. 한 지방 소도시의 '청소년 문화의 집'의 2013년도 프로그램 예산이 5백5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시설도 빈약하고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한정되어 있다.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난 후 학생들이 한꺼번에 찾아오면 5가지 동아리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핀란드에서는 중학생이 오후 3시에, 고등학생은 오후 4시에 학교 수업이 끝나고, 모두 지자체가 운영하는 청소년센터에서 다양한 예체능 활동이나 문화 활동에 참여한다. 우리나라처럼 학교에서 교과중심 방과후학교 활동을 늦게까지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의 놀 권리를 빼앗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옥내 시설이 별로 많지 않다.

김천갑 / 용북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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