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울' 이야기 2

뮤지컬 '바울' 이야기 2

[ 공연본색 ]

최무열 대표
2013년 02월 28일(목) 10:48

뮤지컬 '바울'의 첫 연습은 대본 리딩부터 시작되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지만 작가 겸 연출이었던 유혜정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는데, 시종일관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신약성경의 반 이상을 쓴 바울의 인생을 1시간 반의 한정된 시간의 뮤지컬대본으로 담는다는 것은 워낙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작가 자체도 대본이 거의 첫 번째로 쓴 대본이다 보니 평가가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대본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마추어 배우들은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대본을 읽어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혜정 작가는 신인답지 않게 바울의 일대기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놓는 대범함을 대본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예수 믿는 사람을 잡아 죽이는 사울로서의 모습. 두 번째,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 빛으로 나타난 예수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고향인 다소에 내려가 10여 년간의 연단 받는 바울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3차에 걸친 전도여행을 다니며 순교당하는 모습까지 엄청나게 방대한 내용을 대본으로 잘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이 작품의 작곡가로 참여하게 된 차경찬은 유재하가요제를 통해 가요쪽으로 먼저 입문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였다. 뮤지컬음악에 익숙한 나는 가요적으로 노래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차경찬의 곡이 뮤지컬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악보를 가지고 배우들을 연습시키는 순간 차경찬의 곡은 가사를 기가 막히게 음악화 시키는 작곡가였으며, 멜로디의 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훌륭했다. 차경찬의 멜로디는 선율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가사의 힘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형 작곡가이다.
 
이렇게 유혜정, 차경찬 콤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처음에 나는 건방진 마음을 가지고 연습에 임했다. 작가가 써온 대본은 너무 기독교적인 단어의 연속이었고, 곡도 드라마적이지 않고 평이하다는 말로 작가, 작곡가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소위 뭘 좀 안다는 티를 내고 싶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내 말을 듣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기독교적인 단어들만 놔두고는 대사가 많이 바뀌었으며, 음악도 여러번 수정을 하였다. 내 마음 속으로 '이 사람들 봐라…'하면서 이들과의 작업이 재밌어 지는 시점에 나는 한번 더 충격을 받게 된다. 바로 배우들을 통해서였다.
 
사실 프로무대에서는 제작진과 배우의 첫 만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제작진에 의해 배우들이 뽑혔지만 배우들도 첫 연습 한주, 아니 연습이 진행되는 시간에 제작진을 계속 평가한다. 나는 제작진이었기에 배우들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 작품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었고, 배우들에게 군림할 때가 많았다. 속칭 잘 나가는 제작진이었기에 건방지게 하더라도 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주위에서 잘 해줬기 때문이다. 바울의 첫 연습에서 건방진 나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들어와 '어때, 나 실력 끝내주지?'하는 연습을 진행하였다. 배우들은 나의 실력에 감탄했고, 또 어떤 면에서는 나를 더더욱 영웅처럼 떠받들어줬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연습이 마친 후에 일어났다.
 
바로 기도시간이었다.
 
여러 명의 배우들이 나 하나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해 주는 모습에 나는 허물어졌다. 실력으로만 평가되어지는 외부의 팽팽함이 아니고, 나를 진정으로 위해주고 염려하는 기도 속에서 나의 건방지고, 헛된 욕망을 보게 된 것이다. 나의 닫혀 있는 마음이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었다. 나는 감동했고, 이 작품은 사람을 뽐내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하나님의 작품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사역공연은 행복감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최무열 대표 / MJ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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