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신앙을 지키면… 백묘숙 권사(하)

목숨걸고 신앙을 지키면… 백묘숙 권사(하)

[ 향유와 옥합 ] 향유와 옥합

강영길
2013년 02월 27일(수) 17:45
   
▲ 현포 전경
그날 저녁 백 권사의 시아버지를 포함한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신내림 체험을 했다. 하지만 백 권사에게는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래도 저래도 안 되니 백 권사를 마을 사람 한 가운데에 앉히고 무당이 다짐을 받으려 했다.
 
"칠성하고 예수하고 이 집에 같이 있으니 이 집은 집구석이 망한다. 이래가면 안 된다. 니 우얄끼고?"
 
주변에서도 이런 소리가 들렸다. "신랑도 안 믿는 예수를 우야고 믿노?"
"내사마 처녀 때는 댕겼는디 시어무이 절에 댕기시니 인자 안 댕긴다. 다 그런 거 아이가?"
 
이제 백 권사가 계속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 마을 사람들 모두의 적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그 작은 동네에서 얼굴 들고 살 수도 없다. 그것은 엄청난 두려움이다. 시어른들을 봐서라도 믿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 권사는 그들이 원하는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을 꺼내들었다.
 
"제가 오늘 저녁에라도 보따리 싸서 가라카면 가겠습니다. 친정에 가라카면 가겠습니다. 하지만도 내사마 예수가 좋으니께네 예수 안 믿으면 죽습니대이. 나는 예수 안 믿고는 몬 삽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대답을 하니 문제가 복잡해졌다. 모여 있는 동네 사람들이 뭐라카노, 오메야, 자 미치뿐기 아이가, 이런 탄식들을 했다. 백 권사는 지금 생각해도 자기가 진짜 죽을 작정이 아니었으면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했을까 싶다고 회고한다.
 
이제는 정말 내쫓기거나 매질을 당하거나 사단이 날 차례였다. 동네 사람들은 백 권사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고 있는데 시아버지가 뜻밖의 말을 한다.
 
"보소, 오늘 굿 할라고 고생 마이 했소. 그라고 동네 여러분도 오늘 고상들 마이 했소. 그라모 인자 내사 알아서 할라카이 여러분들 고마 가 보이소."
 
시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자 무당 한 사람이 시아버지를 말리고 나선다.

"오늘 밤에 결론을 안 내모 이 집에 크일납니대이."
"뭐라꼬? 크일? 집구석이 망하건 야소교를 믿건 내사 알아 할테이 고만들 가 보소. 당신들 신들이 우짜등고 그건 내가 우짤 수 없는 기고, 내 할 일은 내사 할테이 고마 가보소."
 
시아버지는 동네 사람들도 내보내고 무당들은 말도 못하게 하고 내쫓아 버렸다. 나중에 말씀하시기를 이러다간 며느리 잃겠다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무당들을 내쫓아버리고 백 권사 편을 들어준 것이다.
 
그날 밤 이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중 꽤나 많은 사람이 교회를 나오기 시작하는 놀라운 역사가 일
어났다. 백 권사는 이것이 바로 성령님의 역사임을 깨달았다. 목숨 걸고 신앙을 지키기만 하면 역사는 하나님이 이루신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여 고난을 축복으로 바꾼 백 권사는 이제 부산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장남 오세원 목사는 대구 칠곡교회 담임으로 있고 작은 아들은 서울 큰 교회 부목사로 있는 등 자녀들이 모두 믿음의 군사로 자랐으며 시댁도 모두 예수 믿는 집으로 바뀌었다.
 
필자는 부산을 떠나는 버스에서, 영혼 구원을 위해 과거의 무당보다 우리의 성의가 적다는 생각을 했다. 한 영혼만을 구원하기 위해 온 동네 사람을 불러다가 먹을 것을 제공하며 유명한 목사님 모셔다가 부흥집회를 하는 교회는 거의 없다. 그것은 경제적이지도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한 영혼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경제성과 생산성을 따지고 있었을지 한국 교회가 생각해 볼 때다.
 
강영길/온누리교회, 소설가, 내인생쓰기 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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