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마 예수 안 믿으면 죽습니대이- 백묘숙 권사(상)

내사마 예수 안 믿으면 죽습니대이- 백묘숙 권사(상)

[ 향유와 옥합 ] 향유와 옥합

강영길
2013년 02월 27일(수) 17:42
굿판, 예수믿는 공개재판
 
최초의 독도 의용수비대 33인 중 현재 생존 대원 10명, 그중 한 명인 오일환 성도를 남편으로 둔 울릉도 여인 백묘숙 권사(81)를 만났다. 백 권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울릉도 현포리에서 8남매의 막내로 자라났다.
 
백 권사는 현포국민학교 3회 졸업생이다. 남자 23명 사이에 홍일점으로 학교를 다녔다. 그때 끝까지 학교를 다닌 것은, 지금 생각하면 성경 찬송을 보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백 권사는 흐뭇해 한다.
 
걸핏하면 무당과 점쟁이를 불러 굿을 하는 집에서 성장했으므로 18세까지 백 권사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백 권사 19세에 시집 온 올케가 함께 교회에 가자고 해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원치도 않는 시집을 갔다. 친정에서 좀 떨어진 평리라는 곳인데 교회도 없는 산골 마을이었고 시댁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게다가 시아버지는 점을 보는 분이었다. 친정의 우상숭배는 아주 저리 가라였다. 이러니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교회에 가겠다는 말은 아예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다.
 
시집간 지 3년만이 첫 아이가 태어나자 시부모님이 백 권사 부부를 내보냈다. 이때 현포로 이사를 왔고 그때부터 교회에 열심히 나갔다. 그러다 다시 평리로 들어가게 된다. 평리로 와서도 계속 교회를 나가자 집안에 비상이 걸렸다.
 
이웃들이 시어른들에게 며느리가 교회에 나가지 못하도록 말려야 한다고 들쑤셨다. 시어머니가 백 권사를 불러 앉혀서 따졌다.
 
"내가 오늘은 늬한테 항복을 받아야되겠다. 우리 집안이 칠성을 믿는데 네가 예수를 믿으니까 네 집구석이 망한다카이 니 예수 고마 믿어라. 안 그라모 돈 딜이서 굿을 할끼라. 니 우짤끼고?"
 
이렇게 물어서 백 권사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다. 결국 시부모님이 굿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시부모는 며느리 하나를 예수교에서 건지기 위해 온 동네를 다 동원했다.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무당을 데려다 굿을 하기로 결심했다.
 
굿을 하는 것은 동네 사람 모아두고 공개재판 하는 것과 똑 같다. 이 사람이 예수쟁이가 되어서 문제라는 것을 모든 동네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예수 믿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만든 것이니 공개 재판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그 공개 재판 준비를 백 권사더러 하게 한다. 무당 둘을 불러 신내림을 하기로 했으니 종이 사와라, 초 사와라, 괴로운 일이었지만 어른이 사오라는 데 안 사올 순 없는 노릇이라 모두 순종했다.
 
그날은 정말이지 해가 저물지 않기를 바랐다. 해가 저물면 온 동네 사람이 다 모인 가운데 굿이 시작될 예정이다. 백 권사는 기도도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사형장에 끌려가는 죄수 같은 마음이었다. 백 권사의 초조한 마음은 아랑곳 않은 채 무정한 해는 바다 저편 수평선 너머로 돌처럼 가라앉았고 마침내 어둠이 찾아오고 말았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들어서 마당을 가득 채우고 앉았다. 무당 둘이 북을 치고 꽹과리를 치면서 굿을 시작했다. 마당의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종교, 무속신에게 마음이 감동되어 있었다. 백 권사는 극심한 고통으로 무리들 한가운데 앉아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시 기도를 했다.
 
"예수님, 저를 도와주세요."
 
그러자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죽으면 죽으리라던 에스더의 용기가 생겨났다. 백 권사는 그날 성령님의 강력한 도움이 있었음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강영길/온누리교회, 소설가, 내인생쓰기 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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