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작은 모임

대학로의 작은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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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열 대표
2013년 02월 14일(목) 14:38

[공연본색]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기독교문화사역자들의 모임이 있다. 거의 한 달에 한번 정도 모인다. 재작년부터 시작된 모임인데 아직 이름조차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제성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모임이 좋다.
 
2003년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로 말미암아 자연스럽게 기독교문화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로 많은 기독교 단체의 모임에 참여도 하고, 또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또 어느 순간에는 적극적으로 그 모임을 주도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이런 모임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많다는 것이다. 긍정성은 기독교문화사역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고, 부정성은 감투를 좋아하는 한국문화의 특성상 대표, 고문, 집행위원장, OO위원장 등 무슨 자리는 많지만 막상 일하는 사람이 적어서 그 모임이 지속되지 못 하는 게 단점이었다. 또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각 단체마다 제 각각이어서 연합하기 힘든 한계도 있었다.
 
그래서 단체들의 모임이 만들어지고 또 흩어졌다. 그러면서 기독교문화 연합에 대한 기대를 갖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기독교문화를 하는 단체에서 또 기독교문화단체의 연합모임이 생겼다고 해서 기대를 갖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뭐 이것도 1, 2년 반짝하다가 없어질거야… 전에도 그랬듯이…' 이렇게.
 
그런데 대학로에서 만나는 이 모임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이 모임의 특징은 무슨 일을 하기로 특별히 정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시공동체연구소의 소장인 성석환 목사가 대한민국 문화특구인 대학로에서 기독교문화사역을 하는 단체들의 모임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또 대학로에 있다는 죄(?)로 그 모임을 동숭교회에서 시작하고, 지금도 그 모임을 잘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예총과 극단 예맥을 오래 동안 이끌어 오신 임동진 목사,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작품의 연출을 맡아온 최종률 장로, 빈방있습니까의 덕구로 30년간 살아온 박재련 장로, 만능재주꾼이자 천상배우인 정선일 집사 등 걸출한 한국기독교문화의 획을 그으신 분들이 매번 참석하고 있고, 새로운 단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나는 이 단체에서 큰 위로를 받는다. 그 위로의 중심에는 존경함과 동질감이다. 존경은 이 어려운 길을 앞서 걸어가신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고, 그리고 지금도 그 험난한 길을 걸어가는 자들이 여럿 같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는 동질감이 내게 큰 위로를 준다. 그리고 모임 때 마다 매번 나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 길을 걷는지에 대해서.
 
또 그 믿음이 약해질 때 아까 위에서 열거한 선배님들을 보면서 나는 큰 위로를 받는다. 그 분들을 보는 것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승자의 모습같이 환한 얼굴로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세월이 흘러 나도 누군가의 존경이 될 수 있을까.

최무열 대표 / MJ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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