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5지 선다형 평가의 문제를 말하지만…

모두가 5지 선다형 평가의 문제를 말하지만…

[ 교단일기 ] 5지 선다형 문제

김천갑
2013년 02월 14일(목) 11:35

[교단일기] 
  
우리나라 학교 대부분의 시험은 5지 선다형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단답식이나 서술형이 일부 들어간다. 하지만 아주 단편적인 지식만 물어볼 뿐이다. 초ㆍ중ㆍ고교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5지 선다형 문제를 출제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선발시험에서 문제가 5지 선다형으로 출제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선발고사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들도 대부분 5지 선다형 문제들이다.
 
교육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이 5지 선다형 문제 출제 방식이 지식의 단순 암기와 주입식 교육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5지 선다형 문제 중심의 평가를 준비하는 학생의 학습 태도와 에세이나 논술식 평가를 준비하는 학습 태도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에세이나 논술식 평가에서는 '동의나 반대 문제', '관점을 선택하여 옹호하는 문제', '이유와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는 문제', '비교와 대조를 하는 문제', '조건 문제'가 제시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활용하여 독자를 설득하는 글을 쓰게 된다.
 
에세이나 논술식 평가에서는 내가 어떤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되고, 지식을 습득할 때, 이를 활용하는 문제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 지식들을 구슬을 실에 꿰듯이 어떻게 논리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숙고하게 된다. 자신이 배운 지식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독창적인 방법으로 적용할 것인가를 기술하는 것이 에세이나 논술식 평가방식이다. 하지만 5지 선다형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식의 활용과 응용보다는 단순히 점수를 잘 맞기 위해서 단순하게 암기하는 데 치중하는 공부를 하게 된다.
 
모든 교육학자들은 물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과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엄격한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 신뢰도를 강조하고 채점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추구하여 5지 선다형 문제 출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주관식 문제인 논술식에서 조차 풀이 과정이 나름대로 올바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하더라도 답이 틀리면 0점 처리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와 반대로 1년을 5학기제로 운영하는 북유럽 핀란드에서는 한 학기가 끝나면 1주일의 시험기간 동안 핀란드어는 6시간 시험을 치는데, 반드시 에세이 형식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수학의 경우에도 4시간이나 모두 주관식 시험을 치른다. 답이 틀렸어도, 풀이 과정이 하나의 정해진 방식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독창적인 풀이 과정을 사용해서 풀었더라도 채점자가 맞은 답으로 처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단순히 45분~50분 동안 한 과목 시험을 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핀란드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의해 요구된 지식과 기술들을 소화해서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는지를 측정한다. 그리고 학교의 목표에 맞게 적절한 성숙도에 도달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그 시험의 목적이다. 봄과 가을에 매년 2회 대학입학자격시험이 실시된다. 핀란드의 모국어인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시험에서는 텍스트 처리 능력 측정과 에세이 쓰기 시험을 실시한다. 응시자의 모국어가 핀란드어나 스웨덴어가 아닌 경우에 그 두 언어를 제2언어 시험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시험도 읽고 이해하기 영역과 글쓰기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대학입학자격시험의 수학 시험에서는 응시자가 10개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 때 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고, 보조도구인 표 묶음철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것은 수학 시험에서도 단순한 계산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각 교과목 시험에서도 6개나 8개의 시험 항목을 풀기만 하면 된다.
 
이를 본받아 우리나라도 교내 각 교과 시험에서 논술식 시험이 일반화되어야 하고, 배운 지식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 국어 시험에 TWE나 SAT 또는 핀란드나 덴마크처럼 에세이나 논술형 시험이 학교 평가에서 일반화되어야만 학생들이 교과 공부를 하거나 다른 책이나 신문 잡지를 읽을 때, 지식과 정보를 대하는 태도와 학습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김천갑 / 용북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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