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참여의 문화를 배척한 교회의 고립화

개방과 참여의 문화를 배척한 교회의 고립화

[ 문화목회 이야기 ] 포스트모던 시대

성석환목사
2013년 01월 25일(금) 15:12

[문화목회 이야기]

포스트모던 시대 종교에서 영성으로(2)    

부정적 입장을 가진 이들은 문화의 시대가 요구하는 쌍방향 의사소통 방식이 교회의 의사결정 방식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대중문화의 도전을 비신앙적인 것으로 규정하거나 변화 자체를 아예 무시함으로써 기존의 형식을 유지하려고 하였다. 문화적 다양성을 신앙의 순수성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비판하고 쌍방향성 의사소통은 무분별한 급진적 사고라고 경계하기에 급급하여 변화의 시기를 놓쳐 버리기도 했다.
 
이러한 태도는 교회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교회 밖 세상과의 소통부재로 이어졌으며 대 사회적 신뢰가 크게 하락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가톨릭이나 불교에 비해 사회적 신뢰가 현저하게 낮아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쌍방향 의사소통을 요구하는 문화의 시대에 단지 기술적이고 도구적인 수용으로 충분히 대응하기는 어렵다. 실질적으로 개방과 참여가 보장되는 문화를 내면화하지 않는다면 신뢰 하락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어쩌면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한 일에 구성원들의 충성도가 더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문화의 시대에 대중들은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고 생산과 유통에 직접 개입하기를 원한다. 교회가 이런 문화적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점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영성을 갈망하는 세대에 적절히 다가가기 위해서는 교회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조직이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소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기독교 내부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영성에 대한 갈망이 터져 나오기도 했는데, 영국 복음주의 신학자 맥그라스(A. McGrath)에 의하면 예컨대, 20세기 중, 후반 오순절 계통의 은사주의 운동이나 복음주의 운동은 기존의 제도화된 종교로서의 기독교를 극복하고 더 역동적인 방식으로 신앙을 표현한 것이었다. 이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에 대해 적절히 응답하면서도 교회의 새로운 존재양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하였다. 
 
더 복잡하고 가속도가 붙은 21세기 문화는 앞으로 우리의 삶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찾으려고 더욱 애쓰게 될 것이다. 인간이 모두 로봇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인간은 의미생산 구조가 없는 삶을 살 수가 없다. 편리해지면 편리해질 수록 인간은 아날로그의 감성을 추억하게 되며 더 스마트해 질수록 영적인 갈망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러한 도전에 직면한 교회들이 모색한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또 사람들의 영적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회들을 얼마 전까지 '이머징 처치(emerging church)'라는 흐름으로 통칭했다. 이 교회들은 교단이나 교파에 묶이지 않고 문화적 감수성을 최대한 발휘한다. 대중문화나 예술의 형식들을 예배나 사역 속에 과감히 수용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종교형식으로는 21세기 형 인간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채우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이런 교회들은 새로운 형식으로 유대감을 표시하고 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적 행동양식을 강조하였다. 때로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신비적이어서 문제도 발생하기도 하지만 제도와 형식의 틀에 맞추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는 유연성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써 또 다른 가능성을 마련하였다.

성석환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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