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빛을 발하는 목회현장을 꿈꾸며

여성이 빛을 발하는 목회현장을 꿈꾸며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여성목회자의 활약 기대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24일(목) 15:19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나는 목회 동역과 섬김의 정신을 한경직 목사님의 사모님인 김찬빈 여사로부터 배웠다. 남들은 그분을 '호랑이 할머니'라며 두려워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분은 참으로 온유하고 지혜로우셨다. 예를 들어 교회 여성 기관인 권사회나 여전도회가 김 사모님을 찾아와서 농촌 교회를 지원해야 하겠는데 재정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면, 이 어른이 비자금을 갖고 계시다가 필요한 재정을 선뜻 지원하셨다. 그리하여 한 목사님의 사모님은 영락교회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고, 이를 통해 그분이 교회 여전도회와 권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셨다.

김 사모님은 한 목사님보다 4~5년 연장자이셨으나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셨다. 그러한 이분이 얼마나 지혜로우신지 능력있는 젊은이를 발굴하고 그를 인재로 양성하는 탁월한 혜안을 갖고 계셨다. 그분은 평소에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능력이 출주하여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사람을 잘 봐 두었다가 적당한 기회에 한 목사님께 소개했다. 나도 그런 연유로 한 목사님을 가까이 뵐 수가 있었다. 그런데 사모님은 영락교회에서 아무런 직함이나 직책을 갖지 않았고 이름도 빛도 없이 그저 일평생 숨은 봉사를 하셨다. 까딱하면 담임목사의 사모는 교회 부교역자들과 직원들에게 호령하기가 쉬운데 한경직 목사의 사모님은 철저하게 자기를 낮추고 사람들의 눈에 전혀 드러나지 않게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을 돌보며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데 이바지했다.

최근 신학대학을 졸업한 목사의 사모가 많이 배출되었다. 이들은 교단의 목회자 양성 기관인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므로 어느 교회에서나 교역할 수 있는 여성 목회자이다. 이들 중 다수는 현재 목사의 아내로서 가정살림과 자녀 교육에 전념하고 있고 교회에서 교역하는 일에는 손을 놓고 있다. 소수의 여성 목회자가 목사로 안수받아 교회에서 담임하거나 부교역자로 일하고 있고 혹은 여전도사로서 교회 교육이나 교인 심방을 맡아 교역하고 있다. 지금 목사의 아내로서 가정에서 살림하느라 교역을 쉬고있는 여성 목회자는 적당한 때가 오면 남편의 목회 동역자로서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같은 교회에서 남편과 아내가 나란히 함께 교역할 것인데 이 경우에 역할분담이 잘 되어 남편이 교역의 절반을 맡고 아내가 그 나머지 절반을 맡을 수 있는 이상적인 분할을 상정해 본다.

내가 1979년에 일본에서 개최한 기독교여성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 동경의 어느 교회에서는 남편이 담임목사이고 아내가 교육 담당 목사로 일하고 있었다. 즉, 담임목사의 부인도 목사로서 교역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또 어떤 교회에서는 남편이 담임목사이고 아내는 사회 봉사를 전담하는 동사 목사로 교역하고 있었다. 그 교회는 특별히 지역사회봉사관을 지어 놓았는데 이 건물에서 목사 사모가 동사 목사로서 사회봉사 사역을 전담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여성 목회자가 교회에서 전문 영역을 맡아서 동사 목사로 일할 수 있다. 나는 미국에서 여성 목회자가 동사 목사로 교역하는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1982년에 선교여행 차 애틀랜타에 방문했는데 그곳의 장로교회에서는 담임 목사님 외에 세 분의 동사 목사가 시무하고 있었다. 동사 목사들은 각각 선교전담, 교육전담, 그리고 사회봉사를 전담했는데 이 중에서 사회봉사 영역을 여성 목회자가 전담하고 있었다. 그 지역에는 흑인 노숙자가 유난히 많다고 했다. 교회가 매일 아침 식빵 3천개와 커피를 준비하여 노숙자에게 제공했는데 그 여성 목회자는 교회 여전도회 회원들과 함께 노숙자 사역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그 교회의 사회봉사관은 아이들이 방과 후에 와서 운동하도록 여러가지 다양한 시설을 훌륭하게 갖추어 놓았는데 의료봉사도 사회봉사관에서 하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전문화되어 가는 오늘의 사회 흐름에 따라 목회영역 또한 다양한 전문 영역으로 쪼개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별히 교육, 봉사, 문화 영역이 요청하는 전문 목회는 여성 목회자의 특성인 섬세한 감성과 모성에 아주 적합할 것이다. 대학 졸업자가 장로교회 교단의 목회자 양성 기관인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는 신입생 가운데 30%가 여학생이라고 하는데 그 여학생들 다수가 남성 목회자와 결혼하여 부부가 나란히 함께 동역하는 때가 입박한 장래에 오기를 기대한다. 한국교회에서 부부 목회자가 함께 동역하는 목회문화가 어서 속히 조성되기를 소망한다.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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