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것'이 무엇일까?

'잘 사는 것'이 무엇일까?

[ 교단일기 ] 잘 사는 것의 의미

김천갑교장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24일(목) 11:34
[교단일기]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3국(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중의 하나인 덴마크와 경우에 따라 스칸디나비아 3국의 영역에 포함시키기도 하는 핀란드의 다양한 학교와 교육 관련 기관, 학부모, 학생, 교사를 만나서 자국의 교육에 관한 발표를 듣고, 교육 시설을 돌아보고, 수업을 참관하고 나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북유럽 교육탐방을 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자주 떠오른다. 시간이 나면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과 주변 환경을 돌아본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보고 느껴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서부터 정신없이 앞으로만 달려간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도, 스포츠 시합을 해도, 게임을 해도 무조건 일등을 해야 한다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욕심을 낸다. 아이들이 일등을 하도록, 아니 일등은 아니더라도 상위권에 들어가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교육을 시킨다. 국어, 영어, 수학은 필수 사교육 과목이다. 미술, 음악, 스포츠도 사교육을 시킨다. 아이의 발달 과정에 맞게 적절히 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리하게 시킨다.

재정적으로 부담이 크면 직장을 갖지 않은 어머니까지 돈을 벌기 위해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안 되겠으면, 미술, 음악, 스포츠, 국어, 영어 순으로 사교육을 줄여나간다. 중학교 단계에서만 해도 밤늦게까지 사교육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어떤 학생은 잠을 충분히 자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한다. 졸고 있으면 거의 강압적으로 잠을 깨워서 공부하도록 소리치는 부모도 있다. 마음으로는 아이들도 잠을 안자고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서 서양 사람들은 거의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변했을까? 스스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말하면서 서구 선진국 사람들과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회구조와 그 사회체제가 돌아가는 운영체제가 너무나 다르다. 우리나라의 문화와 사회구조 및 사회 운영체제가 대한민국 사람들로 하여금 교육에 관한 한 거의 미쳐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배타적 이기성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1천5백m 달리기를 할 때, 적어도 5백 미터 앞에서 뛰면 결승점에 먼저 도달하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행학습을 시키고 과도한 사교육을 시킨다. 내면에는 "다른 아이는 몰라도 내 자식은 어떻게 해서든 잘 살게 해야겠다"는 잠재적 의식이 깔려 있다. 세상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비참하게 살 수 밖에 없다는 의식이 내면에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의식을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어 한다. 아이가 세상에 나가서 그 사실을 깨닫기 보다는 지금 공부할 때, 뼛속 깊이 느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안타까워한다. 어떤 부모들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해도 해도 안 되면 포기하기도 한다. 이런 의식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부모들에게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준비는 없다. 오직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된다.

북유럽 교육 강국 핀란드와 덴마크에서 교육탐방을 하면서 사회의 내면적 구조가 달라서 여기에서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의식이 우리와는 거의 1백80도 다르다.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누가 누가 잘 하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누가 잘 하는지에 대한 의식도 없는 것 같다. 부모도 내 자녀가 몇 등인지에 대해서 물어보지도 않고 학력에 있어서 상대적 위치에 대해 관심도 없다. 학교에서 패자도 승자도 없고, 또 사회에 나와서 패자와 승자도 없다.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고 생각하고 모든 사람에 대해서 모든 재화와 혜택을 공평하게 분배하기 때문에 이기적 성향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극한의 경쟁을 시작하지 않는다.


김천갑 / 용북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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