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그렇게 좋은 예수 나도 믿을라요- 국경희권사(상)

오메, 그렇게 좋은 예수 나도 믿을라요- 국경희권사(상)

[ 향유와 옥합 ] 하나님이 들어 쓰신다면

강영길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09일(수) 17:09

[향유와 옥합]

"하나님이 들어 쓰신다면 …"

국경희권사(86세)는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교회 은퇴권사다. 국 권사는 앞서 연재한 장순복권사의 강력한 권유로 만났다. 가능하면 한 교회에서 두 사람을 취재하지 않을 작정이었으나 국 권사의 사연을 싣지 않을 수가 없다.

   
"허허 참, 내 인생 이야기라? 추접스러. 그래도 굳이 이야기를 하라고? 하, 그라믄 예수님 만난 이야기부터 헐까요? 호호."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고 아들이 태어난 지 백일도 되지 않았을 때다. 전남 방직공사에 근무하던 남편이 한국전쟁이 나자 직원들과 함께 피란을 갔다. 한 달쯤 있다가 돌아올 거라며 떠났기에 이별의 말조차 하지 못했건만 남편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 돌아오지 않고 말았다.

2년이 넘어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국 권사는 전남방직 공사 기숙사 사감으로 원서를 넣었다. 서류 심사가 통과된 후 면접을 보게 되었다. 회사 서무부장이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예수 믿습니까?" 사감을 뽑는데 왜 갑자기 예수를 믿느냐고 묻는 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국 권사는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아니요. 예수 안 믿어요."

그러자 이분이 선자리에서 거절을 했다. 서무부장도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 부인이 믿음 좋은 사람이었다. 국 권사가 다시 물었다. "부장님도 안 믿는 예수를 어째서 안 믿으면 안 된대요?"

그랬더니 이분이 답변을 했다. "우리 회사 상황을 좀 보십시다. 여기 있는 애들이 삼천 명이오. 이 기숙사 삼천 명 중에서 절반가량이 열다섯 열여섯이외다. 도민증을 열여덟, 열아홉으로 바꿔서 취직한 애들이라 법적 보호를 받을 수가 없는 처지요. 그래서 혹시나 직장에서 쫓겨날까봐, 화장실도 못 가면서 다투어 돈을 버는 아이들이오. 이 아이들은 배가 고파도 말할 곳이 없고 몸이 아파도 갈 데가 없소. 이런 애들이 아프면 머리도 만져주고 몸이 뜨거우면 병원에 데려가고 밥 못 먹으면 식당의 식모들에게 누룽지라도 가져오라고 해서 먹이고, 그렇게 내 새끼처럼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랑으로 애기들을 맡으려면 예수님을 믿어야, 예수님의 사랑으로 감싸주고…"

가만히 말을 듣던 국 권사는 서무부장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서무부장 책상을 두 손바닥으로 탁 치면서 일어났다. "오메, 그렇게 좋은 것 같으면 나 예수 믿을라요."

국 권사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처럼 소리를 쳤다. 국 권사는 지금도 그 말을 자기 입으로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 권사는 딱 그 말 한 마디에 합격했다. 그날부터 기숙사 사감으로 들어가 20년간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사랑하며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으로 일했다.

그러나 국 권사는 자신이 얼마나 약아빠진 사람인지를 고백했다. 십 원짜리 헌금하기 아까워서 5원으로 쪼개어 헌금을 했고, 그 5원조차 일부러 남들이 볼 때 헌금을 했다고 한다.

"나가 그런 사람이여. 그래도 하나님이 나같은 사람도 들어서 쓰시더라고. 그러니께 믿음이 약해서 뭘 못한다는 말은 할 필요도 없어. 하나님이 쓰시고자 허면 어떤 사람도 들어서 쓰셔."

1970년 국 권사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시체처럼 실려 회사를 퇴사했다. 병원에서도 손을 놓은 뒤에 성령사역자로부터 기도를 받은 후 기적적으로 병이 완치되었다. 병으로 인해 안정적인 직업을 버린 그 순간이 하나님이 자신을 도구로 쓰고자 한 시점이었다고 국 권사는 고백한다.

강영길/온누리교회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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