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일념 고 임옥목사

목양일념 고 임옥목사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목양일념 고 임옥목사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20일(목) 10:39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성경공부를 인도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주일에도 역시 바쁘게 움직였다. 아침 7시 1부 예배에 참석하고 예배를 마치고 나서 목사님의 아침식사를 봐드리고 10시에 성경공부 인도하고 11시30분에 또 성경공부 인도하고 성경공부를 마치는 12시30분경에 3부 예배가 끝나는데 성경공부를 마치자마자 사택으로 가서 목사님의 점심을 해들렸다. 주일 오전에는 이렇게 사택과 성경공부 교실을 오가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다가 1979년부터 목사님의 주일 점심을 교회가 준비하게 되었다. 교회가 예배당 신축을 마무리하고 여러가지 부대시설을 마련하게 되면서 그렇게 했다. 교인들이 고맙게도 "사모님, 주중에도 학교 일하시느라 피곤하실텐데 주일엔 목사님 점심을 우리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고 해서 나는 목사님의 주일점심 준비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임 목사님은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대접하기를 무척 좋아하셨다. 내가 직장생활과 바깥 활동으로 늘 분주했지만 1년에 최소 한 번은 교회 당회원들을 우리 집으로 모시고 기쁨으로 대접하기를 원하셨다. 신년 정초가 되면 우리 부부는 부교역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밥 먹고 윷놀이를 즐겼다. 서로 격의 없이 유쾌한 분위기에서 재미있고 떠들썩하게 놀았다. 봄과 가을에는 교회의 모든 직원들이 야외로 나가서 즐겁게 놀았다. 이때 음식 준비를 담임목사 사모인 내가 다 맡아서 했다.
 
그런데 내가 직장에서 56세로 은퇴하기까지 학교 일이 바빠서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교인들 가정에서 백일잔치다 회갑이다 하여 초대하면 역시 주중에는 그 자리에 참석할 수가 없었고 방학 때 초청을 받으면 목사님을 따라갔다. 그때는 생일상을 아침에 차리는 경우가 흔했다. 평소에 우리 부부는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들었다. 미국 생활에 익숙해 있었던 까닭에 커피와 빵에 야채주스 한 잔이 전부였다. 그런데 생일초대를 받아서 가 보면 아침 밥상에 진귀한 요리가 접시마다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이것저것 젓가락으로 조금씩 맛만 보는데 목사님은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배가 잔뜩 부르도록 많이 드셨다. 내가 걱정이 되어서 "목사님, 그렇게 드시면 소화가 힘들어요."라고 말하면, 목사님은 "일 년에 한 번 초대하는데 이렇게 먹어야 정성껏 준비한 교인이 기뻐해요. 배가 불러도 먹는거요. 당신도 국에다가 밥 말아서 팍팍 들어요. 그렇게 조금 들면 안 좋아한다고. 그러다가 사모 점수 떨어지게 생겼어요"라고 응수했다.
 
남편 임 목사님은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 베풀기를 좋아했다. 명절이 되면 교인들이 목사님 가정에 정성과 사랑이 담긴 크고 작은 선물을 드렸고 목사의 가정은 교회 직원들에게 마음이 담긴 카드를 작성해 선물과 함게 돌렸다. 사택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에게도 평소의 고마움을 명절선물로 표시했다. 어느 교우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쪼들릴 때 아무도 모르게 우리가 자녀들의 등록금을 지원했고 교회의 청년들 가운데서 경제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할 형편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 부부가 그를 가만히 불러다가 장학금으로 격려했다.
 
임옥목사는 지혜로운 목회자였다. 나는 그분에게서 긴장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지혜로운 처신을 보았다. 목사님이 영암교회에서 은퇴하시던 날이었다. 목사님은 목사의 아내였던 내가 이제부터 영암교회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당부하셨다. 이미 우리 부부는 은퇴와 더불어 한 달에 한 번만 영암교회에서 예배드리겠다고 결정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임 목사님은 내가 그동안 영암교회에서 해오던 사역을 돌아보시면서 나에게 권면하셨다. 나는 이 교회에서 주로 성경을 가르치면서 교회 여성 단체인 여전도회를 크게 키워 놓았다. 나는 여전도회의 고문으로서 그 모임의 운영에 하나부터 열까지 깊이 관여했다. 그러한 나를 쭉 바라보셨던 목사님은 나에게 이제부터는 더 이상 여전도회의 고문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고 엄하게 충고하셨다.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교인들과 가벼운 인사만 나누고 그 이상의 말을 삼가라는 권면이었다. 이것은 임 목사님이 후임 담임 목사에게 목회 자리를 물려 주시면서 그분이 소신껏 교역할 수 있도록 처신하신 것이었다. 여기에 목사님의 지혜가 담겨 있는데 목사님은 매사에 이런 식으로 처신하셨다.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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